Day 92

<<천 개의 고원>> 하루 네 쪽 읽기, p.391~394

by 미르mihr



도주선이 더욱 공통적인 것이 되는 것은 그들이 서로 떨어져 있을수록, 아니면 반대로, 그들 각각이 상대방의 잠행자일수록 그렇다. 이 분신들은 더 이상 중요한 것이 없을수록 그리고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될 수 있을수록 더욱 성공적이다. 그들은 파괴되었지만, 서로를 파괴한 것은 아니기에 그렇다.


Mais encore la ligne de fuite, d'autant plus commune qu'ils sont séparés, ou l'inverse, chacun clandestin de l'autre, double d'autant plus réussi que plus rien n'a d'importance, et tout peut recommencer, car ils sont détruits, mais non l'un par l'autre.






가끔 '내가 한 명 더 있으면 좋겠다'는 몽상을 한다. 속 답답한 이야기도 찰떡처럼 알아듣고, 문득 어딘가 가고 싶을 때 나와 흔쾌히 동행해 주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똑같이 좋아하고, 언제나 나와 같은 마음인 또 다른 나. 아마도 그런 순간에는 외롭기 때문이리라. 한데 또다시 생각해 보면, 만약 그런 존재가 있다면, 그는 나의 분신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자기 주체성이 전혀 없는) 노예가 아닐까?


그래서 들뢰즈-가타리는 완전히 다른 분신에 대해 말하나 보다. 나에게 도주선을 보여주는 분신, 나의 잠행자가 되어 나도 모르는 나를 발견하도록 이끄는 분신, 그리하여 나 스스로 파열선을 만들게 하는 분신. <<노인과 바다>>의 노인과 청새치, <<모비딕>>의 에이허브 선장과 고래 모비딕 같은... 그렇다면 나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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