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고원>> 하루 네 쪽 읽기, p. 543~546
비밀은 사회에 의해 발명되었다... 모든 비밀은 집단적 배치물이다... 비밀은 하나의 생성을 갖는다.
Le secret a été inventé par la société... Tout secret est un agencement collectif... le secret a un devenir.
학창 시절, 앉는 자리가 엇비슷한 어떤 친구가 있었다. 어느 날, 부모님이 어딜 가셔서 집이 비었다며 요샛말로 파자마 파티를 하자며 친구는 나를 초대했다. 그날밤 나란히 누운 채 친구는 내게 자기의 비밀을 말해주었다. 그러면서 내 비밀도 털어놓으라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비밀을 갑작스레 듣는 것도 당황스러웠지만 내 비밀도 털어놓아야 한다니! 왜 그래야 하는지, 어떤 비밀을 털어놓아야 그 친구의 비밀과 동등해지는 것인지 아리송했던 나는, 그냥 슬쩍 잠든 채 해버렸다. 그일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 친구와는 자연스레 멀어지게 되었다.
그런데 이제 와 아무리 생각해도 그 친구가 내게 털어놨던 비밀이 무엇이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친구와 어느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감독 선생의 눈에는 잠시 자리를 비운 듯 보이기 위해 책상 위에 책도 책가방도 심지어 신발도 그대로 둔 채 실내화 바람으로) 학교를 빠져나와 한밤중까지 시내 곳곳을 누비던 일만은 아직 또렷하다.
비밀을 서로 털어놓는 사이도 좋겠지만, 둘이서 함께 세상에 없던 새로운 비밀을 만드는 사이가 오히려 더 친구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