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그림보다 가구 하나 바꿉시다.

우선순위, 미니멀라이프

by 흐르는물

시간이 좀 흘렀다. 어느 날 아내는 낡은 식탁을 바라보며 그림 살 돈으로 식탁이나 바꾸자고 한다. 집에 손님이 오면 좀 창피해진다고. 오래 써서 지저분하기도 하고 회의용 탁자를 식탁으로 쓰는 게 좀 그렇다고.

사실 식탁으로 쓰고 있던 것이 사무실용 둥근 회의용 테이블과 의자였다. 널찍하고 편해서 아이들이 공부할 때도 쓰고 식탁으로도 사용하는 다목적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우리 집에 온 지 십여 년이 넘어 여기저기 파이고 찢긴 흔적이 역력했다.


튤립꽃병, 1890, 폴 세잔, 시카코미술관



그리고도 몇 년이 더 지난 후 그 말은 실현되었던 것 같다. 낡은 회의용 테이블이 사라지고 6인용 식탁이 그 자리를 채웠다. 결혼 후 처음 산 식탁이다. 아내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지만 내 얼굴은 미안함으로 비굴하게 웃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랬을까 하지만, 내 성격 탓이다. 집안의 물건에 대해서는 망가져 쓰기 어려운 것을 제외하고는 버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 목적만 실현되면 된다는 생각이 강하다. 그것이 옳고 그름을 따졌다면, 변했을 수도 있지만 필요라는 단어 속에 굳이 그것이 우선순위가 될 이유가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던 같다.


그 이후도 우리 집에 물건들이 교체된 것은 거의 없다. 가끔 그림이 새로 들어오면서 공간을 채웠을 뿐이다. 이제 교체 대상 1호는 20년 넘은 에어컨이다. 요즘 것과 달리 소음이 심하고 냉방 기능이 좀 떨어진다는 것이다. 내년에는 교체를 고려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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