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의 기를 느끼다.
* 20220627 김포 화실 방문 후 쓴 글이다.
이승철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하는 것은 두 번째다. 10여 년이 훨씬 넘은 것 같은데 작가가 남태령에서 작업을 할 때 처음 보았다. 당시는 다른 작가(황문성, 이인숙) 두 분과 함께 한 공간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의 수탉 작업 중 실로 하는 작업을 처음 시도하고 있었다. 작가와 만남을 목적으로 가지 않았기에 잠시 인사치레 정도의 만남으로 끝나고 몇 년 후 전시에서 다시 만났었다.
이번 방문은 내 개인적인 작가의 작업실 방문도 중요했지만, 약간의 공식적인 업무 성격을 띠고 직장 동료와 같이 방문하는 일정이었다. 연초 전시장에서 다시 만났을 때 춘천 닭갈비 축제 때 전시를 한번 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흔쾌히 약속을 해준 것에 대한 확인 겸 감사 인사차 방문이었다.
하필이면 6월 장마에 접어들어 비가 치적 치적 내리는 날 화실을 찾았다. 춘천에서 김포 화실까지는 두 시간 반이 넘는 거리라 아침 일찍 출발해서는 점심부터 같이 먹고 화실을 찾았다. 작가의 작업실은 개인 회사 안에 위치해 있다. 큰 규모의 새시 공장인데, 남은 공간을 회사 대표가 빌려준 것이라 한다. 회사 입구에 있는 공장에서 쓰던 옛 새시 전시장을 작품 전시 갤러리로 꾸며서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작업 공간과 작가의 작품을 초기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시각으로 한 번에 볼 수 있는 공간이라 좋았다. 초기 드로잉 작품부터 실 작업, 철 작업과 요즘 한창 재미를 붙인듯한 자동차 부품 등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둘러보는 재미 속에 작가의 작품 의도를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다. 단순한듯하면서도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품 속에는 작가의 닭에 대한 상상, 의미 같은 것들이 녹아 있다. 전시장도 널찍하여 작품을 제대로 보여준다. 쉽게 구하기 어려울 듯 공간이 널찍하다.
그의 작업실은 공장 입구에서 가장 안쪽에 위치해 있다. 작업실을 찾아가자면 자재를 쌓아놓은 공간을 헤집고 찾아가야 해서 처음 방문 시는 작업실 찾기가 쉽지 않다. 작업실은 작은 창고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높은 천장 고는 2층 높이 정도로 대형 작품을 하기에도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
온갖 철판과 재료는 다 갖다 놓고 작업을 하는 듯, 공간 전체가 작품과 재료로 가득 차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자동차를 해체하여 작업을 한 결과물도 그대로 남아있고, 회사에서 나오는 문짝 등도 작업을 위해 곳곳에 놓여있다. 이런 환경에서 작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작업임을 한눈에 알게 했다. 결국 작가의 의지다.
작품을 위해 집에는 한 달에 몇 번만 들어가고 평소에는 작업실에서 잠을 잔단다. 그러고 보니 작업실 한편에 이층높이의 단이 있고 등산용 텐트가 놓여있다. 그곳이 침실이란다. 잠을 자다가도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작업을 하거나 기록을 남겨 놓을 수 있어 여기에 머물며 작업을 하는 것이 좋다는 작가는 천생 예술가다. 작업실에 놓여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 작품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가 어느 정도 열정을 가지고 작업을 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실험적 작업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작가의 에너지가 보인다. 무수한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시도하는 그 열정 자체가 이미 에너지다. 쉬이 꺼지지 않는 활화산 같은 열정이 숨어있다. 고된 작업은 체력과 아이디어의 싸움이다. 회화에서. 철 작업까지 계속 변화를 시도하는 작가의 의지는 앞으로 어떤 작품을 선보일지 기대되는 모습이다.
벌써 8월 춘천 전시를 위해 이동용 박스도 제작하고 새롭게 보여줄 작업을 위해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고 있는 듯하다. 춘천 전시가 그에게 어떤 의미를 가져다 줄지 기대되는 점이다. 닭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렇게도 표현이 가능하다는 다양한 작품을 보여주겠단다. 초기 작품부터 현재 작업하는 작품까지 평면회화와 입체 작품까지 다양한 작품을 통해 지역에 새로운 전시 작품 세계를 보여주기를 기대해 본다.
그의 작업 과정을 보면서 끝없는 작업 의지와 실험정신 그리고 다양한 작품의 소재를 활용하는 데 있어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작가군의 한 사람이 아닐까 한다. 나무와 철, 자동차 부품 등 소재를 벗어난 표현 방법은 작품을 보는 이에게 진정한 즐거움을 누리게 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들게 했다. 작가의 말처럼 작품을 보고 제왕 수탉이 주는 힘찬 기운을 가득 받아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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