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고
나뭇잎이 하나 둘 바닥을 장식할 때
그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풀도 있다.
봄 여름에는 먼저 나온 것들의 기세에 눌려 멈추었다가
슬며시 고개를 내밀고 세상을 바라본다.
그런 모습이 더 신비롭게 보인다는 것은 역설적인 표현이다.
낙엽에 둘러싸인 풀은 더 짙게 보인다.
새로운 생명을 만난 듯 더 반짝이는 싱싱함에 가을을 잊게 된다.
삶의 순환은 때로 시간을 거슬러갈 때 더 진귀한 것이 되기도 한다.
구름이 하늘을 덮고
한 귀퉁이 빛이 보이는 서늘한 시간
그 시간을 접고 생명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