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주민들이 피할 수 없는 겨울을 즐기는 방법
뉴욕의 겨울 2. 동계 스포츠
지난 글 겨울에만 즐길 수 있는 뉴욕 불빛 축제 3곳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뉴욕을 포함한 미국 동부는 정말 추운데, 그 추위가 거의 4~5월까지 지속된다. 뉴욕 주 남쪽에 위치한 맨해튼은 그래도 4월이면 한결 따뜻해진 날씨를 즐길 수 있다 하더라도, 뉴욕 주 북쪽에 위치한 도시들은 4월까지도 눈이 오는 곳이 있다. 경험상 5월 둘째 주는 돼야 두꺼운 아우터를 벗을 수 있는 날씨가 된다.
즉, 뉴욕 주민들에게 겨울은 피할 수 있는 계절이 아니라 즐겨야 살 수 있는 계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긴 겨울을 나는 데 '도가 튼' 뉴욕 주민들의 3가지 겨울나기 방법을 소개한다.
뉴욕 주민들의 겨울나기 1. 겨울 스포츠 관람
지난 일요일 (2022년 2월) 슈퍼볼 경기가 LA Rams의 승리로 끝이 났다. 비록 Cincinnati Bengals는 역전패를 당했지만, 1989년 이후 처음으로 올라간 슈퍼볼 결승이었기 때문에 신시내티에 거주 중인 지인에 의하면 도시 자체가 축제 분위기였다고 한다.
이처럼 스포츠는 한 집단의 소속감을 증폭시키는 힘이 있다. 미국 대학들도 각 학교를 대표하는 스포츠가 하나쯤은 있기 마련인데, 미국 동부에 위치한 대학들의 경우 겨울에는 아이스하키, 농구 등과 같이 실내 스포츠 경기가 활발히 이루어진다.
프로팀이 아니라 대학 팀의 경기라고 얕잡아 봐서는 안된다. 매 시즌 첫 경기의 티켓은 단기간에 매진이 되어 티켓 자체를 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실력이 뛰어난 대학 팀의 경기 티켓의 경우에는 $100불, 한국 돈으로 약 10만 원이 훌쩍 넘어가기도 한다.
농구, 축구, 야구, 미식축구 등 다양한 스포츠 중에서도 관중의 입장에서 관람하기에 제일 즐거운 스포츠 중 하나가 바로 아이스하키가 아닐까 싶다.
아이스하키 경기는 스케이트를 타고 진행하기 때문에 그 어떤 스포츠보다 진행이 빠르며, 골대에 넣으면 득점이 되는 아주 단순한 경기 룰, 그리고 한 게임당 20분이라는 짧은 경기 시간 등 한국인이라면 대부분 좋아할 만한 요소를 갖췄다.
오스위고 뉴욕 주립 대학의 경우, 매 시즌 경기 중에서도 홈 경기장에서 진행하는 첫 경기를 Whiteout (원래 의미: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온 동네를 하얗게 뒤덮어 버리는 날씨; 발음은 '와잇아웃'에 가까우나 표기는 '화이트 아웃'으로 하겠다.) 게임이라고 부르는데, 화이트 아웃 경기에는 흰 옷을 입고 가야 한다.
귀여운 복장 규정을 잊었다 하더라도 입장 시 흰 손수건을 나눠주므로 열심히 흔들며 응원하면 된다.
개인적으로 대학 아이스하키 경기에서 제일 좋아하는 3가지 모먼트는 다음과 같다:
1. (아래 사진 1) 경기 시작 전 선수들 입장 시간: 선수들의 출신 도시와 이름이 불려지는 짜릿한 순간이다. 참고로, 캐나다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미국 대학에는 스포츠를 이유로 미국에서 공부하는 캐나다 Canadian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아이스하키 경기에는 미국 국기뿐 아니라 캐나다 국기도 꽂혀있고, 국가도 두 나라의 국가가 울려 퍼진다.
2. (아래 사진 2) 경기 사이의 쉬는 시간: 경기 사이에도 관중들이 지루하지 않게 로터리 추첨, 티셔츠 증정 등과 같은 이벤트가 진행된다. 감정사도 경기장에서 관중을 향해 던져진 티셔츠를 운이 좋게도 받은 적 있다.
3.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졸업하는 학생들 광고: 졸업하는 학생들은 이름뿐 아니라 그들의 여자 친구 이름까지 불려지므로 하키 선수들은 졸업 전까지 여자 친구를 만나야 하는 부담감이 있겠다.
뉴욕 주민들의 겨울나기 2. 동계 스포츠 참여하기
겨울이 되면 뉴욕 주 곳곳은 다양한 동계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변신한다. 예를 들어, 물이 있는 호수, 운하 (canal) 등은 스케이트 장 혹은 아이스 범퍼카 장소로 변신하며, 다양한 높이의 산은 스키, 크로스컨트리 스키, 스노우 보드, 스노우 튜빙, 스노우 슈잉 장소로 바뀐다.
글쓴이가 올해 다녀온 곳은 Queensbury라는 지역의 West mountain이다. 스키는 갖춰야 할 장비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에 비해 스노 튜빙은 몸만 다녀오면 되기 때문에 스노 튜브 티켓을 구매만 하면 여행 준비가 끝이 났다.
티켓 부스에 가서 예약 내역을 보여주면 아래 첫 번째 사진과 같은 티켓을 받는데 파란색 끈을 이용해 옷에 걸어야 입장이 가능하다.
웨스트 마운틴에도 카페테리아가 있어 식사가 가능한데 가장 큰 단점은 라면이 없다는 것이다. 삼각김밥까지는 안 바라도 라면은 있어야 되는 거 아닌가! 스키, 스노 보드 후 먹는 라면이 얼마나 맛있는데!
2022 웨스트 마운틴 카페 메뉴진정하고, 웨스트 마운틴의 스노우 투브가 다른 곳에 비해 좋은 점은 '매직 카펫 라이드'라고 불리는 투브 트레일러가 깔려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다른 곳과 달리 스노우 튜브를 낑낑 거리며 들고 갈 필요 없다.
간편하고 비교적 안전하게 겨울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일까 스노우 투브 라이딩 장소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겨울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쌀포대로 눈 쌓인 언덕을 내려가는 느낌의 스케일 업 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스노우 투브는 생각보다 짜릿하고 어렸을 때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다.
스노우 투브 라이드 길이가 짧은 곳은 6개의 레인이, 라이드 길이가 긴 곳 (사진 왼쪽) 은 4개의 레인이 위치하고 있다. 구글맵: https://g.page/westmtn?share
타임스퀘어로부터 걸리는 시간: 3시간 14분
뉴욕 주민들의 겨울나기 3. 겨울 축제 즐기기
이뿐 아니라 뉴욕 주의 Lake George, Saranac Lake과 같은 작은 도시들은 다양한 겨울 축제를 주최함으로써 여행객들을 끌어모은다. 특히 하늘을 그대로 담아내 거울이라 불리는 그 호수에서도 소개한 적 있는 레이크 조지 지역은 Lake George Winter Carnival이라는 겨울 축제를 개최한 지 2022년에 60주년을 맞이했다.
2월 한 달간 쉐퍼드 공원에서 진행되는 겨울 축제는 방문객들을 위해 무료로 핫 코코아나 스모어 (S'more, 그레이험 쿠키, 마시멜로, 초코를 모닥불에 녹여 먹는 캠핑 대표 간식)를 제공한다.
이 외에도 헬리콥터 라이드, 아이스 캐슬 관람, 마차 라이드, 뉴욕 대표 바비큐 샘플 맛보기 등은 티켓을 구매한 후 체험할 수 있다. 이 중, 얼어붙은 호수에서 헬리콥터에 탑승에 레이크 조지 지역을 한번 도는 헬리콥터 탑승 액티비티는 방문객들에게 단연 인기 최고였다.
레이크 조지 지역은 원래 여름철 휴가객들을 위한 비즈니스가 발달한 곳이라, 샌들, 수영복, 아이스크림 등 호수 주변에 위치하고 있는 대부분의 스토어는 겨울에는 운영을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알록달록하게 칠해진 샵들을 보는 것 자체로도 눈이 즐겁고 상쾌해진다.
레이크 호수의 겨울 축제에서 하이라이트는 바로 5억 개의 고드름으로 만든 아이스 캐슬이다. 아이스캐슬은 겨울에 미국을 통틀어 단 두 곳만 운영되는데, 하나는 뉴햄프셔 나머지 하나는 바로 레이크 조지 지역에 설치된다.
아이스 캐슬 전경글쓴이도 티켓을 미리 구매했는데 출발하기 5시간 전 하필 따뜻한 날씨로 인해 아이스 캐슬 운영이 중단된다는 문자를 받았다. 아쉬운 마음에 겉모습만이라도 구경을 갔는데, 생긴 모습을 보니 무리하게 운영했다가는 사고가 날 수 있겠다 싶게 생겼다.
안에는 얼음 미끄럼틀, 얼음 터널 그리고 조명과 함께 설치된 얼음 조각들이 설치되어 있다. 아이스 캐슬 운영이 중단된 덕분에 그래도 아이스 캐슬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구경할 수 있었다.
아래 동영상에서 볼 수 있듯이 캐슬 주변에 작은 스프링클러가 곳곳에 심어져 있는데 거기서 물이 나오고 차가운 온도에 의해 고드름 형태를 가진 캐슬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담당 직원에 의하면 이렇게 만들어진 약 5억 개의 고드름이 아이스 캐슬을 둘러싸고 있다고 한다.
구글맵: https://goo.gl/maps/h47xHTWPoRbAPAhY8
타임스퀘어로부터 걸리는 시간: 3시간 20분
다음 편에서는 새해에 방문하기 좋은 뉴욕 해돋이 명소에 대해 소개하도록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