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nna Jan 07. 2022

뉴욕 동쪽 땅끝마을에서의 새해 해돋이

뉴욕의 겨울 3. 해돋이 명소

팬데믹이 시작한 2020년에는 한국 방문을 계획조차 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2021년 말에는 한국에 자가격리 없이 들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비행기표, 부모님 선물, 친구들 선물까지 다 구매하고, 출국일까지 카운트 다운하고 있던 2021년 12월 초, 오미크론으로 인해 해외 입국자에 대한 자가격리 지침이 강화되어 어쩔 수 없이 한국 방문 계획을 미루게 되었다. 


우울해진 나를 달래는 데는 치킨과 여행 계획 만한 게 없다. 헛헛한 마음을 동네 미국 치킨으로 달래며 내 뉴욕 버킷 리스트에 오래 머물고 있었던 뉴욕 주의 가장 동쪽에 위치한 Long Island의 몬탁 (Montauk) 지역에서 해돋이를 보러 가기로 계획한다. 새해에는 전 지구촌 모두의 상황이 나아지기를 바라며 방문했던 롱아일랜드의 볼거리, 먹거리, 마실거리를 소개하도록 하겠다.


뉴욕의 진가는 뉴욕 밖에 있다!

위의 이미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롱 아일랜드" 지역은 뉴욕 주 가장 아래에서 오른쪽으로 "길게" 나와 있는 부분이다. 어느 정도로 기냐 하면, 롱아일랜드의 서쪽에서 동쪽 끝까지 차로 이동하는 데만 약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역시 미국의 땅은 넓고도 넓다!


롱 아일랜드 지역에서도 "몬탁"이라는 도시는 가장 동쪽에 위치하고 있어 해돋이 구경 명소로 알려져 있다. 해돋이 외에도 몬탁 지역은 "(십)억"에서 "(백)억" 소리 나는 부동산 가격으로도 유명하다. 롱아일랜드 자체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바다에 둘러싸여 있어 여름 휴양지로도 인기가 많긴 하지만, 특히 몬탁 지역은 별장 등이 많이 지어진 곳이라 부동산 가격이 특히 비싸다. 


그래서 몬탁으로 운전해서 들어가는 길에 리테일 샵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온라인 샵들로 유명한 브랜드가 몬탁 주변 지역에 오프라인 샵들을 가지고 있을 정도니 몬탁 지역의 바잉 파워를 엿볼 수 있었다. 


출발했을 때 완전히 어두웠던 하늘이 몬탁 등대 공원에 도착하니 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했다. 날씨 앱이 알려준 해돋이 시간은 7시 21분, 딱 맞춰 도착했다. 

◆ 몬탁 등대


주차장에서 몬탁 등대를 마주 보고, 왼쪽에 산책길이 나있다. 그 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해변이 펼쳐지는 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해돋이를 구경하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이 날은 구름이 많아 떠오르는 해를 보기 어려웠다.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이 마치 길어진 팬데믹으로 고생하는 우리네 삶 같다 (큭...)
◆ 해라고 해야 해인지 알겠네

"새해 기분만 내는 거지 뭐~" 생각하고 구름 구름 한 하늘을 보며 미리 싸간 김밥을 하나 먹었다. 


사실 뭐 12월 31일 해나, 1월 1일 해나 똑같이 뜨는데 내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일찍 일어나고 운전해서 볼 가치가 있는 해로 의미 부여가 되는 것이 아니던가! 

그런데 역시 우리네 인생에 희망이 있었다. 운전해서 돌아가는 길에 빨갛게 뜬 해에 눈이 부실 지경이 된 것이다. 급하게 주변 해변가를 찾아 주차를 했다. 그 해변에서는 평화로운 풍경과 더불어 해돋이 다운 해를 구경할 수 있었다. 


◆ 역시 인생은 알 수 없다.
◆독자 여러분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아쉽지 않은 해돋이를 구경했으니 이제는 롱아일랜드의 먹거리와 마실거리를 즐겨 볼 차례! 


롱아일랜드는 역시나 해물이 유명하다. 여러 해물 음식 중에서도 신선해야 맛있는 굴 회가 먹고 싶어졌다. 롱아일랜드 전역에는 Oyster bar, 즉 굴 맛집들을 찾아볼 수 있는데, 감정사는 여행 동선에 맞게 Jerry and the Mermaid 식당을 찾았다.


◆ 자연산 Blue Oyster 과 Broiled Seafood

먼저, 굴 위에 레몬을 짜 신맛을 더해 비린맛을 잡아주고 한입에 털어 넣었다. 굴이 머금고 있는 바다의 맛이 굴을 삼키고 난 이후에도 오랫동안 입 안에 남았다. 함께 나온 칵테일소스가 필요 없이 굴 자체로도 너무 신선하고 맛있었다.


Broiled seafood에는 새우, 관자, 역돔 (Tilapia), baked 조개 등과 갖가지 야채가 곁들여져 나온다. 워낙 해물을 좋아하는 우리는 하나도 남김없이 싹싹 해치웠다 :)


이제 배도 부르겠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전 카페인 부스터가 필요한 시점! 


글쓴이의 파트너 젬젬 씨는 커피 애호가이다. 유튜브 최근 시청 목록을 보면 거의 다 커피와 관련된 영상일 정도다. 그런 그가 찾은 롱아일랜드에서 꼭 가볼 커피 맛집은 조지오스 커피 로스터스 Georgio's Coffee Roasters이다. 우리의 인생 커피 맛집을 롱 아일랜드에서 찾을 줄이야!


◆대대대대대대강추우우우우우


Georgio's 커피 로스 털스는 카페가 아니라 볶은 원두를 판매하는 로스터리이다. 때문에 인스타 감성이 물씬 나는 그런 커피 맛집은 아니다. 그러나, 커피 장인들이 손수 골라낸 원두를 직접 볶아 향이 강하고 맛이 진한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인생 커피 맛집이다. 


로스터리 안에 들어가자마자 향긋한 원두 냄새가 반겨주었고, 여기저기 쌓여있는 원두들이 커피 맛을 더 궁금하게 해 주었다. 우리는 항상 바닐라라테를 시키는 편이라 이 날도 아몬드 우유를 넣은 바닐라 라테를 시켜보았다.


주인아주머니가 주문을 받고 커피를 내려주셨는데, 그분에게서 설명하지 못할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영어를 잘하지 못하셨는데, 여기는 미국이지만 그분이 우리 주문을 잘 알아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젬젬 씨는 원어민이다) 왠지 우리가 그분이 잘 알아듣도록 발음해야 할 것 같은 아우라가 있었달까? 


◆첫 입에 감탄하고, 한 개 더 사온 그 커피

조지오스 커피 로스 털스의 커피에 기대감이 높아졌던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아이스커피에 커피 얼음을 넣어준 다는 점이다. 사진에서는 잘 안 보일 수 있지만, 물 얼음이 아닌 커피 얼음이다. 완성된 커피를 한 입 쭉 들이켰는데, 어디서도 맛보지 못한 정말 맛있는 커피가 입에 들어왔다. 


스타벅스 블랙커피처럼 진한 커피의 맛인데, 그렇다고 스타벅스 커피처럼 신맛이 강하지는 않고, 또한 쓰지도 않다. 라테를 시켜서 그런지 몰라도 목 넘김이 굉장히 부드럽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아몬드 우유보다 오트밀 우유가 더 잘 어울렸다). 정말 맛있는 라테를 정의한다면 이 라테로 정의될 수 있을 것 같다. 젬젬 씨는 한입 마시고는 너무 맛있다며 두 번째 커피를 사러 다시 들어갔다. 


후에 웹사이트를 확인해 보니 주인 분들의 따님이 콜롬비아에 살며 커피빈 공급을 맡고 있는 듯했다. 커피 공급부터 판매까지 도덕적인 프로세스를 중요하게 여기신다고 하니 조지오스 커피 로스터스에 더 신뢰가 갔다 (솔직히 이미 마음을 빼앗겨 버려 웹사이트에 무슨 말을 써놓았든 '그래서 맛있었구나' 했을 우리다).


롱아일랜드에 오신 다면, Georgio's Coffee Roaster's는 꼭 들려보시길!



Montauk Lighthouse Museum: https://goo.gl/maps/XJWH7esxs9b5qFNb9

Jerry and The Mermaid: https://goo.gl/maps/o9rVPoX2jFWuA6Fj7

Georgio's Coffee Roasters: https://goo.gl/maps/jffjcm6yd8TiQMGe8


이전 06화 뉴욕 주민들이 피할 수 없는 겨울을 즐기는 방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