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만에 온 '기회'
나의 아저씨, 나의 해방일지
적지 않은 매니아들로부터 인기를 얻은 이 두 드라마를 보며 나는 공통 주제가
'주인공 자신이 성장할 뿐만 아니라 주변의 성장을 돕는 이야기'
라고 생각했다. 한 인간으로서 평생을 '내 성장'에 집중해도 될똥말똥한 판국에
다른 사람의 구원이 되어준다니. 심지어 구원이 되어주는 그 주체는 세상 잘난 사람이 아니라
찌질하고 연약하며 넘어지고 상처가 많은 인물, 바로 나 자신과 다르지 않았다.
나에게도 그럼 씨앗이 있는 거네, 나 자신과 환경, 상황에 잠식당하기는커녕 뚫고 나오고,
다른 이도 뚫고 나오도록 도와줄 수 있는 씨앗. 발현시켜야겠다!! 이것이 나의 이 두 드라마 최종 감상평이다.
종종 이런 생각을 하던 와중에 이 드라마들을 쓴 박해영 작가의 토크콘서트에 갈 기회를 얻었다. 작가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었지만 무작정 얘기를 듣고 싶었다, 아니 확인하고 싶었다. 내가 생각했던 그 주제가 맞았는지.
토요일 오후 한 시간가량 진행된 작가의 이야기와 질의응답 시간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그가 한 목사님으로부터 들었다던, 그 이후로 마음에 콕 박혔다던 문장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내 귀인은 도대체 어디에 있나' 찾으려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사람이 마흔이 넘으면 다른 사람들의 귀인이 돼줘야 한다고".
그렇구나. 마흔으로 대변된 성인이 되면 나의 삶 쯤은 가볍게 툭 쳐내면서도(물론 무거울 때가 참으로 많지만) 다른 이의 삶을 돌아보는 맷집을 키워야하는 거구나. 그렇지, 성인이 돼서도 귀인 타령하는 것은 멋이 없지.
이 문장이 두 드라마의 주 모티브가 됐는지는 직접적인 언어로 확인할 수 없었지만 나는 답을 얻은 듯 했다.
아니, 인생의 해답을 얻은 듯도 했다. 당장 오늘부터 누군가의 작은 귀인이 돼 주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을 즈음,
이틀 뒤 월요일에 B양으로부터 카톡이 왔다.
"언니 갑자기 이런 부탁하기 그런데...저 잠시 언니 집에 있어도 될까요ㅠㅠㅠ
어려운 부탁인 거 같긴 한데 혹시나해서...거절하셔도 돼요!"
오 드디어 귀인이 될 기회가 왔다!! 성실하고 조심스런 친구가 이렇게 말하는 데는 다 사정이 있겠지.
"그럼그럼 당장 와!! 있고 싶을 때까지 편히 있어, 나 신경쓰지 말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귀인이 되기로 결심한 순간, 갑자기 내 삶의 모든 고민거리가 가벼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