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유효기간

변화 속에서 팩트체크

by 김오늘

엄마가 운영하는 작은 사업체에서 한 편의 드라마가 펼쳐진 적이 있다. 직원 두 명뿐인 곳에서 A가 갑자기 "열흘 안에 그만두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유는 다른 직원 B의 언행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 핵폭탄급 상황이었다. 엄마의 얼굴은 반쪽이 되었다.


나는 급히 채용공고를 냈지만 지원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지인의 지인의 지인 C가 "한 달 후에 함께 일해보자"고 했다. 엄마 얼굴의 3분의 1이 돌아왔다. 그래도 여전히 문제였다. 20여 일을 부족한 일손으로 어떻게 버텨내야 할까.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B가 A의 마음을 알게 되자, 자신까지 일을 그만둘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인지 갑자기 언행이 부드러워졌다. A의 마음도 누그러졌다. 사업장 분위기는 난데없이 훈훈해졌다. 엄마 얼굴의 또 다른 3분의 1이 돌아오는 순간이었다. A의 퇴사까지 사흘 남은 지금, 예상과 달리 A는 퇴사 준비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C는 한 달 후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며 깨달았던 것이 있다. 엄마와 A, B, C 각자는 나름의 이유와 상황대로 말하고 행동하며 지금을 판단하고 내일을 예측한다. 문제는 이런 모든 생각들의 보증 기간이 채 24시간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자로 일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인터뷰에서 "확신합니다"라고 말했던 사람이 다음 날 정반대 입장을 취하는 경우를 적잖이 봤다. 정치인의 공약, 기업인의 비전, 시민들의 의견까지. 모두가 그 순간에는 진심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변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어제 확신했던 판단이 오늘 흔들린다. 어제의 분노가 오늘은 이해로 바뀌고, 어제의 감동이 오늘은 민망함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매 순간 이것이 진실이라 믿으며 살아간다.


그래서 요즘 나는 내 생각에 체크 카드를 꺼내든다.

화, 불안, 낙심, 두려움은 물론이고 기쁨, 감사, 소망까지도 말이다.

이 감정이 참을 수 없이 가벼운 건 아닌지

얼마 못 가 사라질 무언가에 근거한 건 아닌지

내 경험과 지식이 정말 믿을 만한지.


이 기준을 들이대면 여지없이 내 생각은 '부족하다'.


그렇다면 '진짜'란 무엇일까.

조급하게 다른 사람을, 이 상황을, 그리고 나를 함부로 결론짓지 않는 것.

감정이 찾아올 때마다 잠시 멈춰서 체크해보는 것.

"너라는 감정을 데려오느라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았나?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거나 쉽게 판단하지는 않았나? 이 감정의 보증기간이 적어도 24시간은 넘을 수 있는 자존심은 갖추었나?"


벌써 가을이다. 이맘때면 더욱 커지는 목소리가 있다. "지금 보이는 게 전부야. 올해도 그렇지 뭐. 작은 곁가지는 예년과 달랐다 하더라도 큰 줄기는 별게 없었잖어. 내년이라고 뭐 다르겠어."


24시간을 버틸 수 있을런지도 확신할 수 없는 나의 얄팍함으로 한 해를, 인생 전체를 감히 가늠하고 평가한다는 게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 그렇다면 24시간 뒤, 48시간 뒤, 240시간 뒤, 480시간 뒤를 염려하느라 미련하게 현재를 낭비하지 말아야겠다.


내 지금 그 생각은 지금만 버틸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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