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결국 이 싸움
"비전이 있겠어? 자격증이나 따면 좋을텐데."
가을 아침, 누군가의 평가 한 마디가 침대에서 나를 밀어냈다. 평소 같으면 설레었을 새바람도 오늘은 차갑기만 했다.
가까운 사람인 A가 나를 두고 한 말을 전날 B를 통해 듣게 된 것이다.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나름 맷집이 커졌다고 자부했는데 생각보다 긁힘이 컸다. '아니 뭘 안다고... 내가 얼마나 고군분투 하고 있는지 모르면서... 그러는 지는...'
누구나 자신만의 불을 켜야 할 때가 있다. 나에겐 이날 아침이 그랬다. 일단 내 안의 초록불을 켜기 위해 노력했다, 1단계는 '생각 중지'.
그냥 둬~ 그러라 그래~ 그럴 수 있지~
삶은 시시때때로 덤벼드는 빨간불 속에서 자신만의 1단계 초록불을 얼마나 빨리 켜내는가의 싸움.
가까스로 1단계를 켠 뒤엔 곧바로 2단계, '생각 전환'으로 넘어갔다. 이번 경우엔 문득 대학생 때 읽었던 문장, 진정한 겸손이 무엇인지에 대한 글이었다.
“겸손은 마음의 고요다. 아무도 칭찬하지 않아도, 누가 나를 탓하거나 깎아내려도, 내 마음이 평안을 누리는 상태다.” -앤드루 머레이
낮추는 게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것이 겸손. 평소 생각과 다른 것이어서 한동안 내 머릿속을 지배했더랬다.
겸손한 삶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평안은 절실했다. 언제까지나 갑자기 생채기 나는 순간을 무차별적으로 받아들 수는 없다고, 그러기엔 인생이 너무나 짧으며 나는 연약하다고 생각했다.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평안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자유로움. 외부 평가가 나를 정의하지 않는 것. 내가 살아내기를 응원하는 모습대로 살아가는 것.
이에 벅차오르고, 중간중간 킥킥거리는 위트마저 있어 충분히 신나는 삶.
1, 2단계 초록불로 얼른 넘어가야 한다는 걸 안다는 건 그만큼 내 삶이 상처-회복의 반복, 그리고 나를 지켜내기 위한 몸부림의 연속이었다는 방증이다.
'그러면 어때. 중요한 건 매일 아침 다시 일어서는 거야.'
B는 A의 말을 전하면서
"보여줘. 네가 잘 살고 있다는 걸, 결과로."
나는 B에게
"더 이상 증명하고 싶지 않아. 훗날의 내가 스스로에게 '멋진 인생이었지?'라고 말할 수 있도록 오늘을 사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