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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간목 Jul 25. 2023

아브락사스이다

새로운 작가는 태어나지 않는다

그는 먼 곳에서 온다

먼 곳은 그가 가고 싶었던 곳이다

그는 그 곳에서 태어났다


탈진한 그는 강가에서 강바람을 맞는다

집으로 가는 길은 멀고

파도 소리가 강바람의 주파수는 같다

파도는 먼 곳에서 왔다

강바람도 먼 곳에서 왔다


집으로 가는 길은 멀고

태어나지 않는 작가는 새롭지 않다

먼 곳도 새롭지 않다

밤의 강가 칠흑같은 물길 속도 새롭지 않고

일렁이는 머릿속도 새롭지 않다


이마를 짚고 관자놀이를 누르면

손은 머릿속으로 뻗어간다

깊이, 더욱 깊이, 온 곳을 알 수 없게 될 때쯤

굉음이 태어났다 날아가는 밤새,

그의 뒤꽁무니에서

나는 파도가 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숨 쉬는 것도 잊고 있었구나 그리고

여기는 머릿속이 아니었어

밤새가 또 날아간다 앞선 굉음을 따라

고개를 들었을 때, 보이는 경고등이 멀다

높고, 멀구나 불빛은

일렁이는 강바닥에 있지 않았어


따끔거리는 뱃속이나 지끈거리는 머릿속이나

또 한 대 날아가는 밤새가 그리는 삼각함수나

기어들어가야 할 침대도 하나 같이 멀고

퉁퉁 부은 얼굴로 맞을 내일 아침도 멀고,

강바닥도 먼 오늘도, 허드슨 강가 여기선

나도 너도 새롭지 않다 그렇지?


배가 고파서 저녁이 아직이었던 줄을 알았다

강바람이 점차 선선해져서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파도 소리를 듣는다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었더라

먼 곳이 어쩌고 저쨌던 것 같은데

파도 소리가 이렇게 조용했던가

비행기 소리도 이제는 조용하고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하나의 세계가,

불빛들이 가깝다 밤 11시, 내일이 가까운 시간,

손에 잡힐 듯한 저녁을 먹으러 가리라

주황색 피망 하나 정도, 한 손에 들어오는 저녁을


체력이 조금 돌아왔구나

나는 이제 자러 갈 수 있다

그런 새로움으로

오늘은 익숙한 강가를 떠날 수 있었다

봄엔 새끼오리들이 잔뜩 태어났었다

오리들은 이제 장성했다고 한다

새로운 작가는 태어나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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