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가는 태어나지 않는다
그는 먼 곳에서 온다
먼 곳은 그가 가고 싶었던 곳이다
그는 그 곳에서 태어났다
탈진한 그는 강가에서 강바람을 맞는다
집으로 가는 길은 멀고
파도 소리가 강바람의 주파수는 같다
파도는 먼 곳에서 왔다
강바람도 먼 곳에서 왔다
집으로 가는 길은 멀고
태어나지 않는 작가는 새롭지 않다
먼 곳도 새롭지 않다
밤의 강가 칠흑같은 물길 속도 새롭지 않고
일렁이는 머릿속도 새롭지 않다
이마를 짚고 관자놀이를 누르면
손은 머릿속으로 뻗어간다
깊이, 더욱 깊이, 온 곳을 알 수 없게 될 때쯤
굉음이 태어났다 날아가는 밤새,
그의 뒤꽁무니에서
나는 파도가 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숨 쉬는 것도 잊고 있었구나 그리고
여기는 머릿속이 아니었어
밤새가 또 날아간다 앞선 굉음을 따라
고개를 들었을 때, 보이는 경고등이 멀다
높고, 멀구나 불빛은
일렁이는 강바닥에 있지 않았어
따끔거리는 뱃속이나 지끈거리는 머릿속이나
또 한 대 날아가는 밤새가 그리는 삼각함수나
기어들어가야 할 침대도 하나 같이 멀고
퉁퉁 부은 얼굴로 맞을 내일 아침도 멀고,
강바닥도 먼 오늘도, 허드슨 강가 여기선
나도 너도 새롭지 않다 그렇지?
배가 고파서 저녁이 아직이었던 줄을 알았다
강바람이 점차 선선해져서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파도 소리를 듣는다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었더라
먼 곳이 어쩌고 저쨌던 것 같은데
파도 소리가 이렇게 조용했던가
비행기 소리도 이제는 조용하고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하나의 세계가,
불빛들이 가깝다 밤 11시, 내일이 가까운 시간,
손에 잡힐 듯한 저녁을 먹으러 가리라
주황색 피망 하나 정도, 한 손에 들어오는 저녁을
체력이 조금 돌아왔구나
나는 이제 자러 갈 수 있다
그런 새로움으로
오늘은 익숙한 강가를 떠날 수 있었다
봄엔 새끼오리들이 잔뜩 태어났었다
오리들은 이제 장성했다고 한다
새로운 작가는 태어나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