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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생 Sep 30. 2021

우린 아직도 원시인 뇌를 갖고 있다!



* 본 글에는 진화론적인 관점이 담겨있으며, 남성과 여성의 성적 역할에 대한 해석이 담겨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내용에 거부감을 느끼신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시길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사람에 대한 이해를 혁신적으로 높인 방법?



난 진화심리학이라는 학문을 공부하고 나서 인간에 대한 해석 패러다임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사람을 더 잘 이해하게 됐고, 내 행동이 유발된 원인을 분석하여 더 나은 방향으로 고칠 수 있었다.



진화심리학을 통해 사람을 해석하는 것의 핵심은 이렇다.


'현시대의 인류는 아직도 아프리카 초원을 뛰어다녔던 원시 인류 조상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무슨 X소리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인류 역사를 되짚어보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리고 우리가 아직 원시인의 뇌를 갖고 있다는 증거들은 너무나도 많다. 그 어느 때 보다 물질이 풍요롭고, 안전하고, 오래 살 수 있는 현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 과거 원시인들의 기질을 버리지 못했다. 현 사회가 제시하는 제도와 상식 선을 지키지 못하고 범법 행위를 저지르거나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을 해석하는데 진화심리학의 관점은 유용한 도구가 된다. 사실 인간의 대부분의 행동을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분석이 가능하다.



이 개념은 상당히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간혹 심리학 책들에서 '원시시대 때의 성향이 ~~~'라고 하면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해석하는 것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진화심리학에 대해 이해하고 나니 왜 그렇게 설명했는지 이제는 알게 됐다. 진화심리학은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다. 원시인들은 어떻게 살았을지, 추측해낼 수 있는 약간의 상상력만 있으면 된다. 그렇게 되면 당신도  평소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들의 행동을 하나씩 이해할 수 있는 막강한 도구 하나를 얻게 될 것이다. 






99.4 % vs 0.01 %



'인류'라고 불릴 수 있는 우리의 조상은 160만 년 전에 최초로 등장했다. (이 기준은 상당히 보수적인 값이며, 학자에 따라 200만 년이라고 보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긴 시간 동안 우리 인류는 동굴 속에서 생활했고, 약한 힘을 보충하기 위해 팀을 이뤄 초원을 뛰어다니며 사냥했다. 주변에 먹을 것이 없어지면 거처를 옮겼고, 그 과정에서 다른 부족을 만나게 되면 음식을 독점하기 위해 전쟁을 벌였다.



이런 인류의 생활 방식은 무려 159만 년간 지속되어 왔다. 그러니까 인류는 역사의 99.4 % 기간 동안 원시인 생활을 해왔다는 것이다. 고작 0.6 % 에 해당하는 기간인 1만 년 전에서야 농업혁명이 시작됐고, 500년 전의 과학혁명 그리고 200년 전의 산업혁명으로 인해 상당히 짧은 기간 동안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빠르게 발전한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 역사를 퍼센트로 치환하면 고작 인류 역사 기간의 0.01 %를 차지한다.)



이를 그래프로 가시화하면 다음과 같다. 



인류의 발전 양상을 개략적으로 나타낸 그래프




159만 년간 일정한 생활을 하며 아주 천천히 발전했던 인류가 고작 1만 년간 생긴 이 급격한 변화를 잘 적응해낼 수 있을까? 지난 1만 년의 인류 역사는 상당히 보수적으로 이루어지는 생물의 진화 속도가 따라잡을 수 없는 너무나 급격한 변화이다. 즉, 우리의 몸은 아직까진 과거 원시인 조상들이 살았던 환경에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80년간 일정한 루틴으로 생활해온 사람에게 고작 반년 간 어떤 변화가 생겼다고 해서, 이에 잘 적응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특히나 1만 년 전 농업 사회가 시작해 생긴 변화보다 최근 200년간의 변화가 더 다이나믹했을 것이다. 생물의 진화 속도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현재 세상은 너무나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 인류가 적응하기엔 현재 사회의 시스템은 너무 낯설다. 우리에게 후천적인 교육이 없다면, 현대 사회 시스템을 본능적으로 적응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세계 곳곳에 각종 염증들이 곪아 터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 뇌는 아직도 원시시대를 살고 있다?




전 세계에 연간 2~3명의 사망 사고를 발생시키는 A

vs

전 세계에 연간 135만 명의 사망 사고를 발생시키는 B



우리 지성인들의 관점에서 봤을 때, 우리 인간은 AB 중에 어떤 것을 기피해야 할까? 당연히 수치적으로 압도적으로 사람을 많이 죽이는 B를 기피하는 것이 정상처럼 보인다.

 


만약, B를 보고도 무감각한 사람이 A를 보고 자지러지고 소리를 치고 도망간다면,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여기서 말하는 A는 거미이고 B는 자동차이다. (사망 사고 수치는 모두 18년도 통계를 근거로 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그래서 우린 자동차를 거미보다 무서워해야 한다!'는 아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이 거미에게 느끼는 공포심 자체는 분명히 과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과거엔 분명히 거미를 무서워하는 것이 인간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기재였을 것이다. 거미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인간은 거미를 가까이하다가 물려서 상처가 나고, 독이 없는 거미였을 지라도 열악한 환경 탓에 상처가 덧나며 사망에 이르렀을 것이다. 그렇게 '거미는 피해야 한다는 것'이 후대에 전파됐고, 그걸 잘 지켜서 오랫동안 생존했던 인간들이 번식의 기회를 더 많이 얻었을 것이다. 그런 그들의 후손인 현재 인류는 아무런 후천적 교육이 없더라도, 거미를 보면 징그러움이라는 안 좋은 감정을 느끼고 피한다. 현시대에선 거미가 우리를 죽음으로 몰아갈 확률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과거 인류에게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들면 피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다. 남들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데 앞장선 사람은 죽을 확률이 높았고, 어른들의 삶의 방식을 그대로 이어받아 생활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다. 하지만 현시대에는 그 어떤 새로운 도전을 하더라도 죽을 확률은 굉장히 희박하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을 꺼리게 하는 것이 우리 DNA에 뿌리 깊게 자리 잡혀있다. 그래서 우린 생존에 위협되지 않는데도 느껴지는 '가짜 두려움'때문에 실행하지 못해 놓치는 기회들이 많다. 자기 계발 서적이나, 강연가들이 '두려움을 피하지 말라'는 말을 하는 것을 다들 한 번쯤은 들어봤지 않았는가.






이혼율이 50%가 될 수 밖에 없던 이유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원시 인류의 부족 생활을 들여다보면, 현시대를 살아가는 남성과 여성의 행동들도 해석이 가능하다. 우리는 아직도 원시시대 때 생활했던 방식을 추구한다. 이게 충족이 되면 안정감과 행복을 느낀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면, 해가 지고 하루 일과가 끝날 무렵, 여성들은 부족 내 다른 여성들과 한대 모여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사냥을 나가 죽을 위험이 높은 남성들 보단, 생존율도 높고, 항상 근처에 있는 다른 여성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게 내 아이를 지키는데 더 유리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여성들끼리 모여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행위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내려온 전통적인 삶의 방식이다. (현재 모든 동네에 맘카페는 있지만, 아빠카페는 드문 이유)



남성들은 다음 날 맞이할 위험들을 잘 해쳐나갈 수 있게 에너지를 비축한다. 그저 모닥불 근처에 앉아 가만히 있거나, 지평선을 바라보며 부족에게 생길 위험 요인이 있는지 가만히 관찰했다.



이렇게 아주 오래전부터 여성들은 해가 지고 나서 대화를 나누었고, 남성들은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이거 어디선가 많이 본 패턴이지 않은가? 일을 마치고 돌아온 아버지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들어와 티비만 보며 쉬는 모습과 대화를 하려고 말을 걸었는데, 반응이 없어서 짜증을 내는 엄마의 모습. 전형적인 클리셰 갖지만, 이런 행동을 유발하는 요인이 우리의 머나먼 선조들의 생활 방식에서부터 왔다는 것이 놀랍지 않은가.



하지만, 현대 가정에서는 아빠가 집 안에서 혼자 있을만한 공간이 마땅히 없고, 엄마는 같이 대화를 나누며 유대를 형성할 다른 가정의 여성이 없다. 현시대의 핵가족 시스템 속에선 각자의 욕구를 해소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진화심리학을 이해함으로써 정말 많은 집안에서 부부싸움은 일상이 되고, 이혼율이 50 %에 육박하는 것이 나는 이제 이해가 된다.






끝으로



누군가는 이런 관점을 갖는 것에 대해 '사람을 어떻게 함부로 책으로 판단할 수 있냐', '굉장히 편협한 사고를 갖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난 오히려 편협한 시각으로 누군가를 함부로 판단하지 않기 위해 이런 공부를 하고 있다. (관련 글) 



진화심리학 하나만 갖고 해석이 불가능한 상황도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난 이런 새로운 관점을 얻게 됨으로써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더 좋아졌고, 하는 일도 더 잘 풀렸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본질에 대해 이해하고 공부한다면, 연인/부부 사이의 관계도 더 좋아지고 사회생활도 더 행복하게 잘 해낼 수 있게 되리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삶에 이로운 영향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인간관계, 연애, 일에 대해 진화심리학적으로 분석한 내용들을 다룰 예정이다.






+) 만약 이 글만 읽고 아래 제시한 내용들의 합당한 이유를 추론할 수 있다면, 당신은 진화심리학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 것이다.


- 남성이 여성보다 상처에 둔감한 이유?

- 여성이 남성보다 청결, 냄새에 민감한 이유?

- 여성이 남성보다 공감능력이 뛰어난 이유?

- 남성이 여성보다 활동적인 것을 좋아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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