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2020년도 혼인, 이혼통계를 들여다보면 해마다 약 20만 쌍의 부부가 탄생했다. 하지만 동시에 약 10만 쌍의 부부가 결별했다. 국내에서만 매일 약 300쌍씩 이혼 절차를 밟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혼 건수가 혼인건수의 50%에 육박하는 이 통계 수치가 정상적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정확한 통계로 잡히진 않는 일반 연인들 사이에서도 매일같이 수많은 싸움이 일어나고, 헤어짐이 반복되며 많은 사람들이 아픔을 겪고 있다. 이 글을 보는 사람들 대부분도 아마 이성과 좁혀지지 않는 생각의 차이 때문에 다퉜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왜 우리는 항상 사랑하는 연인과 싸우게 되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나의 견해를 과학적인 근거와 함께 이 글을 통해 모두 밝혀보겠다.
인간은 본래 이성과 대화하는 능력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당연히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은 가능하다. 하지만, 이성끼리는 서로가 원하는 것을 이해하며 서로가 만족하는 대화를 오랜 시간이어나가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우린 누구나 이미 한 번쯤 겪어봤다. 남자 친구가 종종 내가 말하면 집중을 못하고, 분명 무슨 일이 있는데 한 마디도 안 하고 입만 꾹 닫고 있던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답답함을 동성친구들과 만나 수다를 떨고 나면 마음이 후련해진다. 사실 남자건 여자건 일반적으로 동성 간의 대화를 훨씬 편하게 느낀다.
그 이유는 인간에게 있어 결혼이나 연애, 친구 관계인 이성이라는 것은 상당히 낯선 문화이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의 99 % 넘는 기간 동안 원시인 생활을 했고, 그때의 생활 방식이 아직도 뿌리 깊게 우리의 DNA에 남아있다. 정말 낭만이 없는 얘기지만, 원시인 시절 인간에게 있어 이성은 생존과 번식을 위한 동반자에 불과했다. 여성은 거처에 남아 주로 아이들을 돌보거나 주변에서 채집을 했고, 남성은 그런 여성들과 (자신의 DNA를 갖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목숨을 걸고 사냥하고 다음 이동지를 탐험했다. 각자의 역할이 있을 뿐, 서로의 감정을 주고받는 대화 시간은 거의 없었다.
이런 원시인들의 삶이 익숙하게 들린다면 다음에 나올 내용들이 잘 이해가 될 것이다. 하지만, '뜬금없이 무슨 원시인 같은 소리냐'라고 생각했다면, 아래 링크된 글을 먼저 읽고 오는 것을 추천한다.
연애 중인 여성들은 종종 '남자 친구가 더 이상 내 말에 집중을 안 해. 날 사랑하지 않나 봐'라는 생각에 빠진다. 하지만 이는 남자 친구가 그저 대화에 지친 것일 확률이 크다. 여성이 대화에 쓸 수 있는 에너지가 100이라고 했을 때, 남성은 30 정도밖에 되지 않다는 것을 꼭 알아야 한다. 남성이 하루에 사용하는 단어 개수가 여성의 1/3 수준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전통적으로 가정과 육아를 책임졌던 여성들은 사회성과 커뮤니케이션 영역이 더 많이 발달하며 진화했다. 여성은 같은 여성들끼리 네트워크를 활발히 형성했다. 같이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육아 품앗이를 해주는 것이 생존에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남성들은 가정을 위해 목숨 걸고 식량을 얻는데만 몰두했기에 소통 능력이 여성만큼 개발되지 않았다. 사냥이 끝나고 해가 지면 다음 날을 위해 에너지를 비축했다. 그래서 그저 모닥불을 쬐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게 저녁 일과였다.
이런 생활 루틴은 아직도 우리 DNA에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남편은 일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그저 가만히 TV를 보며 에너지를 비축한다. 그리고 그렇게 지친 남편을 위해 아내는 남편에게 대화를 건다. 표정이 안 좋으니, 어떤 일이 있었는지 대화로 풀어주려는 셈이다. 하지만 남편은 그저 혼자만의 시간을 원할 뿐이다. 그래서 일이 끝나고 돌아온 남편에게는 아주 잠깐이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해주는 것이 이후 원활한 대화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초석이 된다.
남자가 대화를 필요로 할 때?
여성들은 좋은 일이든 안 좋은 일이든 일단 말을 하며 상대방과 기분을 공유한다. 좋은 일은 얘기하고 나면 더 기분이 좋아지고, 안 좋은 일도 차근차근 얘기하고 나면 기분이 싹 풀린다.
하지만 남성은 메커니즘이 다르다. 특히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더욱 그렇다. 남성은 일단 본인이 풀어야 할 과제가 생기면 그걸 해결하는데 모든 신경이 집중된다. 그걸 일단 혼자 골똘히 고민해보고, 도저히 혼자서 해결이 안 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에게만 이에 대해 얘기를 한다.
기본적으로 남성들은 대화를 효율적으로 하려고 한다. 대화에 쓰이는 에너지가 많이 들기 때문에, 이를 아끼려고 한다. 매일매일 항상 목숨을 걸고 사냥에 나갔던 선조들의 영향 탓에 아직도 그런 습성이 남아있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과 상관이 없는 주제나 해결할 만한 문제가 없다고 느끼는 주제에 대해선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여기까지 읽으면 왜 남자와 대화가 잘 안됐는지 어느 정도 이해는 했겠다만, 정서적인 대화가 불가능한 존재 같아 보여서 고구마를 잔뜩 먹은 기분일 것이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음에 나올 아주 간단한 대화 기술만 안다면, 당신도 충분히 행복하게 남자 친구 혹은 남편과 대화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린 지성인이기 때문에 충분한 노력과 배려만 있으면, 얼마든지 서로에게 맞춰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다.
남자가 내 말에 잘 집중하게 만드는 방법 3가지
1) 대화의 확실한 목적을 알려준다.
남성은 여자 친구 혹은 배우자가 진지하게 대화를 걸어오면, '내 애인에게 문제가 생겼다'라고 생각하며 안절부절못한다. 그러면서 대화 속에서 문제를 찾아 해결책을 찾는데 온 신경을 집중한다. 그래서 남자가 내 말을 들어주기만 하면 되는데, 계속 해결만 하려고 했던 태도가 답답했을 것이다.
이제는 남성에게 내 기분, 상황에 대해 얘기하기 전에, 이 한마디를 먼저 말해줘 보자.
"난 해결책을 원하지 않아. 그냥 들어주기만 해도 내 기분이 좀 나아질 것 같아"
이 말을 들은 남성은 약간의 버퍼링 후에 '아 그저 들어주기만 하면 되는구나'라고 생각하며 안심하게 되고, 더 집중해서 당신의 말을 경청해줄 것이다.
2) 고마움을 자주 표현한다.
예나 지금이나 남성들의 가장 큰 행복은 자신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배우자가 행복함을 느끼는 것이다. 남성은 자신이 사랑하는 여성에게 인정받고, 사랑을 받으려고 목숨을 아끼지 않는 존재이다. 그래서 여성에게 인정받지 못하며, 스스로 '별 것 아닌 존재'라고 생각이 들게 된 남성은 굉장히 무기력해지고, 점차 남성성을 잃어간다.
요즘 시대에는 사실 남성이 목숨까지 걸면서 여성에게 헌신할 기회가 없다. 이렇게 안전한 세상에서 그 누구도 자신의 배우자가 목숨까지 걸면서 무엇인가를 하기를 원하진 않는다. 그래서 현재 남성들은 단순히 직장 생활만 해서는 자신의 욕구를 채울 수 없어졌다. 여성 입장에서도 그냥 회사 다녀온 남편에게 목숨 걸고 사냥을 다녀온 것처럼 인정해주고 존경심을 보이긴 힘들다. 더욱이 대부분의 가정이 맞벌이이기 때문에, 누가 누구에게 일방적으로 고마움을 표하고 존경해주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그럼에도 언제나 남성의 DNA에는 여성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사소한 것이라도 나에게 도움이 된 행동이라면 남성에게 감사 표현을 해보자.
ex) "내 얘기 잘 들어줘서 고마워" / "힘들었을 텐데 이거 도와줘서 고마워"
이렇게 감사인사를 받은 남성은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더 분명하게 인지할 수 있고, 같은 행동을 다음번에 더 잘하려고 최선을 다하게 될 것이다.
3) 대화를 들어달라고 부탁한다.
앞서 말했듯, 남성이 대화할 때 쓰는 에너지는 여성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소비량이 크다. 그래서 그냥 동성 친구에게 얘기하듯, 가볍게 30분 정도 얘기를 하고 나면 남자의 눈에 초점이 없어지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말을 하더라도, 맨 처음 말 좀 들어달라고 부탁을 해보자. 역시나 남성의 대화 집중력은 엄청나게 높아질 것이다.
ex) "짜증 나는 일 있었는데, 내 말 좀 들어줄 수 있어?", "진짜 웃긴 일 있었는데 내 얘기 좀 들어주라"
이 내용은 1번과 내용이 비슷한 듯 하지만 약간 다르다. (두 개를 같이 쓰면 효과가 매우 좋다)
'여성의 부탁'은 남성에게 상당히 중대한 미션이다. 여기에 1번에서 말한 주의사항까지 잘 전달이 되면, 남성은 그 규칙을 잘 지켜서 당신의 대화에 집중해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2번에서 말한 감사를 말한다면? 그 사람은 앞으로 정말 좋은 수다 파트너가 될 것이다.
부탁을 하는 것은 당신이 알고 싶은 그 사람의 얘기를 꺼낼 때도 유용하게 작용한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난 자기가 직장에서 오늘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떤 게 힘들었는지 궁금한데, 나한테 말해주면 안 돼?"
그리고 그 사람의 얘기를 듣고 난 후에 "자기 얘기 들어서 너무 좋다. 앞으로도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줘"라는 말까지 덧붙여주면 좋다.
말만 하면 해결책만 제시하는 남자 친구 혹은 남편 때문에 '그냥 말을 말자'라고 생각하며 오히려 여성 쪽에서 대화를 차단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여성이 이렇게 벽을 치기 시작했다는 것은 남녀 관계의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당신도 만약 그랬다면, 이제는 이 대화 방법을 적용해보며 물꼬를 터보자. 당연히 처음에는 효과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조금 인내심을 갖고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정말 신기하게 내 말에 경청을 잘해주는 상대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남녀 모두가 서로 간의 차이와 본성을 이해해야 비로소 좋은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당신이 남성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한 것에 대한 보답으로, 상대방도 볼 수 있는 남성이 해야 할 행동 지침에 대한 글도 적었다. (남성분들, 이제 해결은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