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혼자 있어도 무서운 날

1. 예고 없이 오는 불안감

by 박하루

뇌전증이라는 병을 처음 겪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왜?”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자주 떠오른 건 “언제?”였다.

다음 발작이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는 사실은

몸이 멀쩡한 순간에도 마음 깊숙이 파고들었고,

생각보다 훨씬 더 집요하게 내 일상을 지배해갔다.


문득, 이유 없이 심장이 빨리 뛰거나

손끝이 저릿하고 힘이 빠지는 순간이 찾아오면

“설마 지금?”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괜찮던 하루가 단 몇 초 만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상상은 예고도 없이, 이유도 없이 나를 덮쳐왔다.


불안은 늘 ‘증상’보다 먼저 왔다.

강의실에서 발표를 기다리는 짧은 순간,

혼자 엘리베이터 안에 갇혀 있을 때,

심지어 아무 일 없이 평범한 저녁을 보내다가도

머릿속 어딘가에선 늘 하나의 경고등이 깜빡이고 있었다.

‘지금 괜찮다고 해서, 이대로 끝나라는 보장은 없어.’


특별히 아픈 곳이 없어도,

기분이 가라앉는 날엔 더 자주 예민해졌다.

조금만 피곤해도 머릿속은 경고음처럼 소란스러웠다.

“지금 쓰러지면 어쩌지?”

“혼자 있는데, 아무도 모르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나는 이미 마음속에서 수십 번 발작을 겪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불안은 밤보다 낮에 더 짙었다.

사람들 틈에 섞여 있어야 안심이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속에서 쓰러지는 상상을 더 자주 하게 되었다.

혼자 있을 때는 내가 감당하면 되는 일이었지만,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는 그들을 놀라게 하거나

그들의 하루를 망쳐버릴지도 모른다는 죄책감이 따랐다.


겉으론 멀쩡해 보이고, 아무 일도 없어 보이는 내가

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속에서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나는 줄 아무도 몰랐다.

발작보다 더 큰 적은,

그걸 기다리며 살아야 한다는 막연하고 고립된 두려움이었다.

그래서 그 불안은, 누구에게 말하기도 어려웠다.

말하는 순간 더 선명해질 것 같았고,

누군가의 걱정을 듣는 일조차 벅찰 것 같았다.

그렇게 매일, 아무 일 없는 척

수많은 시나리오 속에서 홀로 무너지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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