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타인과 단절되는 감정
모두가 누리는 평범한 일상이
내게는 조심스럽고, 때로는 멀게만 느껴질 때가 있다.
늦은 밤 갑작스레 잡히는 술자리,
계획 없이 떠나는 여행,
새벽까지 이어지는 이야기와 웃음.
그런 순간들은 나도 한때 아무렇지 않게 누리던 것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늘 하나씩 계산해야 하고,
하루를 통째로 설계해야만 한다.
약을 먹는 시간은 지켜야 하고,
몸이 무리하지 않도록 수면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술은 피해야 하고, 피로는 조절해야 한다.
내가 지켜야 할 것들이 많아질수록,
그 안에 내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점점 줄어든다.
이해를 구할 수는 있다.
하지만 매번 설명해야 하고,
상대방의 리듬에 나를 억지로 맞추거나
내가 빠지는 걸 당연하게 여겨야 할 때,
마음 어딘가에서 문득 멀어진다는 감정이 스며든다.
‘나는 같이 있어도, 다 같이 있는 게 아니구나.’
그런 마음이 자주 들었다.
모두가 웃고 떠드는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도
나는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고
혹시 머리가 어지럽지는 않은지,
오늘 약은 제대로 챙겼는지,
계속해서 나 자신을 점검하곤 했다.
내가 자리를 비우거나 조용히 빠질 때,
누군가는 이유도 모른 채
“얘 요즘 왜 이렇게 예민해?”라고 말할 수도 있다는 걸 안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작아졌다.
‘이해받고 싶다’는 감정은
어느 순간부터 ‘조용히 지나가고 싶다’는 바람으로 바뀌었다.
내가 왜 이런 선택을 하는지,
왜 그렇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지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그런 마음이 자주 들었다.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마음은 늘 한 발짝 뒤에 머물렀다.
함께 있는 듯하지만, 나 혼자 투명한 유리벽 안에 갇힌 듯한 기분.
다들 나를 보고 있지만, 실제로 내 안에 있는 감정은 아무도 들여다보지 못하는 그 거리감이 하루하루를 고요하게 고립시켰다.
이 병이 사람 사이에 선을 긋는다는 게
슬프고도 조용한 진실이었다.
의도한 적 없는데도,
내가 나를 지키는 일이 곧,
타인과 멀어지는 일이 되어버리는 현실 속에서
나는 점점 더 스스로를 감추는 법을 배워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