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혼자 있어도 무서운 날

3. 괜찮아? 라는 말이 무서운 이유

by 박하루

“괜찮아?”

그 짧은 말은 때로, 내게 가장 긴 침묵을 남겼다.


발작 이후, 나는 안 되는 걸 알면서도

가끔은 술자리의 분위기를 그리워했다.

내가 얼마나 그런 자리를 좋아하는지 아는 친구들은

조심스럽게 물었고, 나는 괜찮은 척, 천천히 한 모금쯤은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술이 내게 해롭다는 걸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문제는 늘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왔다.

어떤 친구는 내 병을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도

대놓고 말했다.

“얘는 술 마시면 안 돼. 안 좋은 병 있어서 그래.”

말끝은 웃음 섞여 있었고, 그저 걱정이었다는 걸 알지만, 나는 그 순간 자꾸만 위축되었다.


나는 그저 조용히 그 자리에 있고 싶었을 뿐인데,

누군가의 친절한 말이 내 병을 너무 쉽게 꺼내놓는 순간이 되었다.

내가 준비하지 못한 문장 속에서

나는 내가 아닌 타인의 입을 빌려 설명되어야 했고,

그 말들 앞에서 나는 괜히 고개를 숙이거나,

억지 미소로 괜찮은 척을 해야 했다.


정작 나는 내 병을 ‘말하는 법’을

아직도 다 배우지 못했는데.

누군가는 너무 가볍게,

내 이름과 병명을 한 줄로 묶어버렸다.

그건 걱정이 아니라, 노출이었다.

내가 아직 받아들이지 못한 부분까지

남의 입으로 먼저 꺼내졌을 때 나는 더 작아졌다.


그래서 “괜찮아?”라는 말이 무서웠다.

그 말이 걱정인지, 확인인지, 알리기 위한 신호인지

이제는 잘 구분이 되지 않았다.

괜찮다고 해야만 그 자리가 계속될 수 있을 것 같았고,

괜찮지 않다고 말하는 순간

나도, 분위기도, 관계도 어긋날까 봐 두려웠다.


나는 정말 괜찮은 걸까.

아니면 괜찮다고 말하는 데 익숙해진 걸까.

누군가의 다정한 물음에도

나는 점점 더, 조용해지는 사람이 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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