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글
누군가에겐 흔한 하루가, 나에겐 용기를 다해 견뎌야 하는 날이었다.
기억이 끊기고, 몸이 멈추고,
끝내는 마음이 무너지는 순간들 속에서도
나는 살아 있 었다.
조용히,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이 글은 뇌전증과 함께 살아가는 나의 이야기다.
병을 내 삶의 중심에 두지 않되, 그로 인해 흔들린 내 마음을 외면하지 않기 위한 기록.
나는 병을 이겨내지 못한다. 다만 병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평생 배워나갈 뿐이다.
넘어질 때마다 나를 일으킨 건 거창한 희망이 아니라 아주 작은 일상이었다.
햇볕 좋은 날의 산책, 익숙한 사람의 목소리,
따뜻한 밥 한 끼 같은 것들.
그렇게 사소한 순간들이 나를 지탱해주었다.
말로 꺼내기 어려운 감정들이 글이 되어 흐르기를, 이 기록이 나 자신에게도 하나의 증거가 되기를 바란다.
이 조용하고 분명한 삶의 기록들이 어딘가의 당신에게 닿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