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21년 6월, 그때까지 MSP(*캐나다 BC주 의료보험)가 없었던 나는 당연히 백신 접종을 할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전화를 통해 문의하면 임시 헬스 넘버를 받을 수 있고 그걸로 백신 접종을 할 수 있다는 소식에 더 이상 미루지 않고 남자 친구와 함께 나란히 1차 백신 접종을 신청했다. 캐나다의 경우 1차와 2차 사이의 텀이 보통 8주 정도가 되는데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8월에 끝나는 나로서는 상당히 애매한 상태였다.
한국으로 돌아갈 때 격리를 면제받기 위해서는 백신을 2차까지 접종한 상태여야 했고 2차 접종을 하고 한 달이 지나야지만 격리 면제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수십 번 고민을 하다 결국 관광비자로 비자를 연장하기로 했다. 이때 비자 신청 비용 100불이 들었다.
1차 백신 접종
당시 이미 주변 지인들은 모두 '화이자'로 백신을 접종한 상태였고 나는 MSP 때문에 버벅거리다 조금 늦은 상태였다. 우리가 맞게 될 백신은 당일 백신을 접종하러 가면 알 수 있었는데 그때는 캐나다 밴쿠버 내에 화이자 물량이 다 떨어진 건지 우리는 지인들과 다른 '모더나' 백신을 맞게 되었다.
먼저 백신을 맞으러 가면 입구에서 손 소독을 하고 열을 재는데 이때 새로운 마스크를 배분해준다. 남자 친구와 나는 혹시나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장소는 위험할 수도 있으니 집에서 출발할 때부터 KF94 마스크를 새로 뜯어서 하고 갔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무조건 새로 배분해주는 마스크로 바꿔 착용해야 했기 때문에 우리는 아침에 새로 뜯은 마스크를 다시 고이 접어 가방 안에 넣어뒀다.
우리가 백신 접종을 하는 날에는 사람도 많고 줄도 길었다. 늦은 줄 알았더니 때가 딱 적당했는지도 모르겠다. 긴 줄을 기다려 마침내 우리 차례가 되었고 함께 온 사람들은 함께 같은 사람에게 배정되어 같이 백신 접종을 할 수 있었다. 뾰족한 주사기가 무서운 남자 친구를 대신해 비교적 덜 겁쟁이인 내가 먼저 백신을 접종했는데 1차를 맞을 땐 아무 느낌도 없었다. 멍하니 다른 곳을 보고 있느라 팔에 주사기가 들어온지도 몰랐다. 하지만 내가 백신 맞는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있었던 남자 친구는 순식간에 주삿바늘이 푹 살을 찌른다며 더 겁이 났었다고 한다.
1차 백신 접종이 끝나고 나면 캐나다 BC주 백신 카드에 1차 접종한 백신 이름과 날짜, 그리고 백신 이름을 적어준다. 이 카드는 잘 가지고 있다가 2차 백신 접종 때 다시 들고 가야 한다. 남자 친구와 나 둘 다 1차 백신 접종을 마치고 나란히 출구로 걸어가니 의자들이 가득 배치된 장소가 나왔고 그곳에서 약 15분 동안 대기를 한 후 15분이 지나면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15분 동안 백신 부작용이 일어나지는 않는지 지켜보는 것 같았다. 나는 그 15분 동안 약간의 어지러움증을 느꼈는데 그것 말고는 없었다. 게다가 백신을 맞은 직후에는 팔도 아프지가 않아서 바로 밥을 먹고 데이트를 즐기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통증은 그날 저녁부터 시작되었다. 팔이 저리고 아파서 들 수 없을 지경이었다. 몸에는 기운이 하나도 없어서 계속 바닥으로 늘어졌고 나는 열이 나지는 않았지만 남자 친구는 약간의 두통과 열이 있었다. 그다음 날에도 나는 정상 출근하여 하필이면 엄청나게 바쁜 날이었는데 팔이 아픈 줄도 모르고 강도 높은 업무를 소화했다. 모더나 백신이 다른 백신들보다 더 아픈 경우가 많다고 해서 걱정을 했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2차 백신 접종
아아, 2차는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정확히 8주 후 2차 백신 접종을 하라는 연락을 받았고 2021년 8월 모더나 백신 2차 접종을 했다. 그때는 드라이브 스루 백신 접종이 가능하다고 해서 자동차를 탄 채로 백신 접종을 했었는데 느낌도 없었던 1차와는 달리 나는 2차 접종 때는 백신을 맞을 때부터 아팠다. 2차 백신 접종 역시 1차 때와 마찬가지로 15분 동안 차 안에서 대기를 하며 혹시 모를 부작용은 없는지 충분히 관찰한 후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2차 때는 주사를 맞은 순간부터 팔이 조금 저리기 시작했는데 진짜 본격적인 통증은 2차 백신 접종을 맞은 후 다음날 새벽부터 시작되었다. 새벽 5시경 오한이 들고 열이 올라서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덜덜 떨며 잠에서 깼다. 계속 기침을 했고 식은땀을 뻘뻘 흘리다가 더워서 덮고 있던 이불을 걷어냈다가 금방 다시 추워져서 이불을 덮고 바들바들 떨었다. 나는 타이레놀 대신 애드빌을 먹었는데 덕분에 졸음이 몰려와 잠이 들었다가도 오한이 들어 몸을 떨며 잠에서 깨고 그러다 다시 잠이 들고를 수십 번도 더 반복했다. 진짜 얼마나 힘들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당시 팔에도 통증이 있었지만 오한이 들어 온몸이 다 아팠기 때문에 오히려 팔의 통증은 느낄 틈도 없었다. 이후에 몸을 일으키니 속은 계속 울렁거렸고 잠깐 괜찮아진 것 같아 몸을 움직이려고 하면 다시 열이 오르고 머리가 무거워졌다. 마찬가지로 두통과 속 울렁거림을 느꼈던 남자 친구는 그래도 나에 비하면 덜한 편이라 심각할 정도로 앓는 나를 걱정했는데 그럴 만도 한 것이 나는 2차 접종을 한 후 무려 4일을 앓았다.
완전히 정상 컨디션을 되찾은 것은 5일째 되는 날부터였다. 모더나가 2차 접종 후 아픈 경우가 많다더니 확실히 그런 듯했다. 주변에서 화이자로 2차 접종을 한 지인들은 대부분 너무 멀쩡해서 이상할 정도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같은 모더나 백신을 맞은 남자 친구는 나를 보며 오히려 본인이 이상한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도 건강한 사람이 백신을 맞고 더 아프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지 4일을 앓았지만 평소에 그렇게 비실비실 거렸는데 나는 건강하구나 하는 생각에 기분은 좋았다.
지금은 3차 부스터 샷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걸로 아는데 3차까지 맞아야 한다면 조금 걱정이다. 2차 때 너무 아팠던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덜컥 겁부터 난다. 지긋지긋한 이놈의 코로나는 도대체 언제 끝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