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만 셋인 지인이 자기는 원래 아이들을 안 좋아했다고 한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 우린 벌 받은 거라 했다. 딸 셋인 엄마는 덧붙인다. 아들 셋은 상상도 못 하겠다고.
그렇다.
오늘도 발차기와 헤드락으로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는 나는, 아들 셋 엄마이다.
계획에 없던 아들 셋이 주는 삶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특별하다.
첫째 아들을 낳았을 때는 사람들은 이렇게 물어봤다.
"잘했네. 이제 둘째는 딸 낳고 싶지?"
(아니요)
둘째가 또 아들일 때는 이렇게 물어본다.
"아들 둘이면 든든하고 좋지. 엄마 힘들겠다. 셋째는 딸이라 그러면 낳을 거야?"
(아니요)
셋째까지 아들일 때는 이렇게 물어본다.(이제 안 물어봐도 될 텐데.)
"엄마가 대단하다. 힘들지. 넷째가 딸이라 그러면 낳을 거야?"
(아니요)
셋째 임신 때는 지나가다 처음 보는 동네 아저씨까지 뱃속의 성별을 물어보셨다. 딸이면 어떻고 아들이면 어떤가. 딸이면 딸이라고 또 뭐라고 하시겠지. 우리 부부는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결정되는 성별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있다. 하나,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낳지도 않을 남의 자식에게 왜 그리 측은지심들이 생기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
이제는 아들 셋과 함께 다니면 어딜 가나 주목받는 거 이럴 바엔 그 시선 마음껏 즐기기로 했다.
관종이었던 걸까.
좋은 말이던, 이상한 말이던 질문자가 원하는 것과는 반대로 대답한다. 최대한 예의 바르게 웃으면서.
의미 없이 던지는 말에 죽어나가는 개구리가 되지 말아야지.
확실히 다둥이는 힘들다. 힘들지만, 뇌구조상 잘 듣지 못한다는 아들에게 가끔은 미친 듯이 소리치는 목소리 큰 엄마이지만.
세상의 단 하나밖에 없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소중한 아들들이다. 뭐든 생각하기 나름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