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은 갈비가 싫다고 하셨어.

by Hee언니

아빠, 엄마, 동생 그리고 서울에 사는 사촌언니가 대학 졸업을 축하해 주던 그날. 다 같이 밥을 먹으러 가려고 어디를 갈까 곰곰 생각하다 먹고 싶은 고기를 외쳤다. 근처에 고깃집이 있다며 아빠 차를 타고 당당히 안내를 했다. 그곳은 알만한 사람은 안다는 오래된 소갈비 집, 홍릉갈비였다. 우루루루 갈비를 뜯으러 가자고 한 거였다. 세상물정, 집안 사정 따윈 생각지 않던 철없는 딸은 머릿속에 고기라는 단어만 생각했다. 돼지갈비와 소갈비의 차이를 몰랐다. 돼지갈비도 아닌 소갈비를. 눈치도 없이.


간판에 떡하니 적혀있는 소갈비. 아빠, 엄마는 흠칫 놀라셨다. 10년 전 그때나 지금이나 소는 비싸다. 소갈비는 비싸다. 많이 비싸다. 왜 소는 비싼 걸까.


날이 날인지라 부모님은 다른 곳으로 가자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하고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메뉴판을 보며 한 번 더 고민에 빠지셨다. 딱 사람 수만큼 고기를 시켰다. 평소 삼겹살 집에 가면 고기 먼저 많이 먹고 밥은 조금만 먹으라던 엄마는 그날 아무 말이 없었다. 밥을 같이 먹길 은근히 바라고 계셨을지도 모르겠다. 맛집답게 양념 갈비는 맛있었다. 살살 녹았다. 게눈 감추듯 고기를 구워 먹었다. 고기를 다 먹고 먼저 자리에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입구에서 계산을 하는 아빠, 엄마 곁을 스쳐 지나갔다. 아빠, 엄마는 고민을 하며 카드 할부를 이야기하셨다. 철없는 딸내미의 졸업식 식사는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고기 취향이었다.


결혼을 했더니 홍릉갈비 근처에 살고 있다. 이런 우연이. 둘째가 뱃속에 있던 어느 날, 부모님이 서울에 오셨다. 홍릉 숲을 구경 갔다. 아빠, 엄마, 신랑, 첫째, 동생, 제부, 조카까지 8명은 무얼 먹을까 고민했다. 갈비가 먹고 싶다는 뱃속 아가의 외침이 들렸다. 내가 쏘겠다며 나를 따르라 했다. 10여 년 전 졸업식 그때, 원 없이 못 먹었던 홍릉갈비를 원 없이 먹었다.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아빠, 엄마한테 소갈비를 사드린 그날을 기억한다. 배부르게 드셨을까.


눈치 없는 소고기 드립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먹을 거 앞에서 게눈 감추듯 사라지는 눈치. 딱히 소고기만 취향은 아닌데 왜 그러는 걸까. 신랑이 운영하던 커피숍 직원들이 회식을 간다는 소식에 난 이런 말을 했다.


"사장님한테 소고기 사달라고 해~!"


신랑의 낯빛은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고, 그날 이후 직원들 회식이 있을 때마다 신랑의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눈치가 없는 부인을 만나 직원들에게 소고기를 사줄 수밖에 없었던 신랑은 인심 후한 사장님으로 등극했다.


솔직히 돈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돈에 관심가지면 스쿠르지가 되는 양 이야기하는 사회의 분위기가 있었다. 의식주는 해결이 돼야 하는 건데, 그마저도 개념이 없었다. 있으면 쓰고 없으면 안 쓰고. 무식해서 용감했다. 미친 경제 개념은 부모님 그늘에서 벗어나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뻔한 주머니 사정을 아는 나이에도 맛있는 건 먹고 싶었다.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없으면 눈치라도 챙겨야 할 텐데, 먹을 거 앞에선 왜 눈치 챙기기가 힘든 걸까. 항상 경제는 먹는 것뿐만 아니라 취향 탐구에 걸림돌이 되곤 한다. 적당히 먹고 적당히 마시고 적당히 재미있는 일에는 돈이 드는 것들이 상당히 있다. 적당한 취향의 값은 얼마일까.


친구가 물었다. 언제 기분이 좋냐고. 맛있는 거 먹고 싶을 때 맛있는 거 먹을 때 기분이 좋다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랬더니 친구가 그런다. 먹고 싶은 거 먹고 싶을 때 먹으려면 돈이 많아야 하는 거라고. 그 당시에는 뭐 먹을 거에 돈 이야기냐며 난 그렇게 돈을 밝히는 사람 아니라고 부정했다.


난 고기를 좋아한다. 소고기도 좋아한다. 맛있는 거 좀 먹겠다는데. 세상에 맛있는 게 소갈비만 있는 게 아니지만 맛있는 건 비쌀 때가 많다. 비싼 게 맛있는 거란 말은 괜히 나온 말이 아닌 듯하다. 맛있는 거 먹고 다니려면 시간도 있어야 한다. 먹고 싶을 때 먹으려면 시간은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 맛있는 거 취향 것 먹고살려면 돈이 많아야 한다는 결론인 건가. 친구 말이 맞았다.


god의 <어머님께> 가사만큼은 아니더라도 멋모르고 갈빗집으로 끌고 간 나에게 엄마는 곤란함을 내비치지 않으셨다. 날 닮아 눈치 없는 우리 아들이 엄마의 주머니 사정을 알아줄까. 요즘 좀 걱정이다. 조만간 고기 한 근을 1인분 인양 먹을지도 모를 아들 셋이 소갈비집으로 끌고 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시도 때도 없이 맛있는 걸 사달라고 하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대답해주어야 할까.


훗날, 어머님은 갈비가 싫다고 하셨어라는 이야기를 우리 아이들이 하지 않길 바란다. 당당히 아이들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나는 갈비를 좋아한다고. 갈비 먹고 싶다고. 갈비 먹으러 가자고.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고기 취향을 위해 재테크 공부해야 하는 건가.


이렇게 다음 주 글감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고기를 먹기 위해 재테크를 합니다.



대문 사진

https://naver.me/IxWXbTbO



keyword
이전 01화혼자 먹는 고기의 맛을 안다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