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와 궁합이 잘 맞는 친구들은 누가 있을까. 기름 뚝뚝 떨어지는 느끼한 단백질 덩어리에게 상큼함을 선사해 줄 이는 누구일까. 고깃집엔 보통 상추, 깻잎, 고추 기본 3종 푸른 야채 삼총사가 상차림에 나온다. 잘 찾아보면 기본 삼종 이외에 깔끔한 마무리를 안겨줄 보석 같은 존재들이 있다.
<고기엔 양파>
우리 집 앞 <OO집>에는 생양파 1/4 쪽이 상차림에 나온다. 고기가 구워질 동안 생양파를 한 겹 씩 떼어내 고추장에 콕 찍어 사과처럼 아삭아삭 씹어 먹는다. 처음에 한입 베어 물면 매콤함에 화들짝 놀라지만, 이내 달달한 양파맛이 입안을 맴돈다. 입맛을 돋워주는 애피타이저라고나 할까. 고기가 구워지면 본격적으로 느끼함을 달래려 고기 한입, 양파 한입을 오며 가며 먹어준다. 고기 먹으러 갔다 양파 한 망을 먹고 나올지도 모를 절묘한 궁합이다.
요즘 고깃집에는 양파를 얇게 썰어 간장 양념을 뿌려준다. 고추냉이 살짝 곁들여진 알싸한 간장 양념은 양파의 매운맛을 한층 끌어올려준다. 거기에 고기라니. 또 고기를 많이 먹게 되는 거다. 이러나저러나 양파 한 망은 기본으로 먹게 되는 건 인지상정.
양파 장아찌는 또 어떠한가. 생양파의 매서운 맛이 두렵다면 양파 장아찌를 적극 권장한다. 아삭한 식감과 새콤달콤 짭조름한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이보다 완벽한 조합이 있을 수는 없다.
고기의 기름 덩어리가 혈관을 막을까 봐 걱정이 되는가. 고기를 먹을 때면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건강 문제에서도 양파는 의로운 친구이다. 양파는 ‘퀘르세틴’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어려운 이름의 성분이 혈압을 낮춰준다고 한다. ‘알리신’이라는 처음 들어보는 신이 일산화질소를 배출해 혈압을 낮춰주며, 혈관 청소도 해준다. 여러모로 고기와는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채소가 아닐 수 없다.
양파는 평소 좋아하는 채소 중의 하나이다. 매콤하면서도 달달한 이중적인 맛이 좋다.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적절히 맵고 적절히 달달한 그 맛을 아는 순간부터 사랑에 빠졌다고나 할까. 양파 같은 사람, 뭔가 굉장히 매력적이다. 예상치 못한 순간이 있는 사람. 까도 까도 매력이 나오는 사람. 한 겹 한 겹마다 사랑스러움이 솟아나는 사람. 매운맛이 의외로 의로운 사람. 양파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욕심이 과한가.
<고기엔 무생채나 파절임>
소고기 구이집에 가면 간혹 빨간 고춧가루 잔뜩 버무린 빨간 무생채를 곁들여주는 곳이 있다. 돼지고기구이집에 가면 파절임을 메인 요리 마냥 한가득 담아주는 곳도 있다. 무생채와 파절임의 맛이 고기 본명의 맛보다 더 중요한 순간이다. 적당히 매콤하면서 적당히 새콤달콤한 고깃집 무생채와 파절임은 마치 밥과 김치의 조화 같은 절묘한 느낌이 존재한다. 개인적으로 뭐든 맛있지만, 소고기엔 무생채, 돼지고기엔 파절임이 묘하게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사람 사이의 관계가 무생채와 파절임에서 보인다. 묘하게 잘 맞는 사람들이 있다. 먹는 음식에도 궁합이 있듯이 사람 사이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관계의 궁합이 아닐까. 무생채 같은 사람은 소고기와 어울릴 수도 있고, 파절임 같은 사람은 돼지고기와 죽이 맞을 수도 있다. 성격이 맞는다는 건 알다가도 모를 미스터리다. 나와 너 사이가 하나부터 열까지 맞을 수 없다. 내가 좋으면 상대가 나를 싫어할 수도 있고, 나는 별로 호감이 가지 않는데 그 남자가 나를 좋아하기도 하고, 서로 좋아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고기와 맞는 반찬 하나쯤 있는 것처럼, 세상 어딘가에 나와 절묘하게 서로를 감칠맛 나게 해주는 사람 한 명쯤은 어딘가에는 있지 않을까.
<고기엔 설렁탕>
고기를 먹고 냉면을 먹는가. 보통은 그럴 것이다. 된장찌개에 밥도 먹을 수 있겠다. 보통은 그렇다. 고기를 먹고 설렁탕을 먹어 봤는가. 일단 먹어보시라. 적당히 고기로 채워진 위장에 뜨끈뜨끈한 고기 국물이 들어가면 그렇게 포만감이 올 수가 없다. 단, 얘는 뭐지 라는 주변의 시선을 감수해야 할 수는 있다.
고정관념을 깬 선택이 신선할 때가 있다. 고기에 꼭 냉면을 먹지 않아도 세상은 무너지지 않는다. 지루한 일상에 약간의 일탈이 자극이 될 때가 있다. 도통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평소 하지 않던 새로운 선택이 아이디어를 샘솟게 할 때가 있다. 한 번쯤 색다른 시도를 해보자. 그게 설령 고기에 설렁탕이 아닐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