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이 오면, 목 막히는 먹을거리에 자꾸 목을 내어준다. 밤과 고구마. 그리고 밤 고구마냐 호박 고구마냐를 고민하는 가을이 찾아왔다. 햇고구마라며 엄마가 보내준 고구마 한 상자를 열었다. 신문지를 펼쳐 고구마들을 줄 세운다. 하나, 둘, 셋 나란히 나란히 누워있는 고구마들을 바라보니 벌써 목이 메어온다. 하루쯤 땅속에서 머금었던 습기를 말리려 신문지 이불에 눕혔지만, 참을 수가 없다. 저걸 얼른 쪄서 호호 식혀가며 먹어야지. 딱 세 개만 찜통으로 가져간다.
졸졸 흐르는 물에 빨간 흙을 씻어내니 붉은 껍질에서 윤기가 흐른다. 찜통의 물이 팔팔 끓어오르는 순간 나의 기대감도 한껏 부풀었다. 보글보글 물 끓는 소리와 함께 고구마는 익어가고, 가을도 성큼 다가왔다. 그새를 못 참고 뚜껑을 열고 젓가락으로 고구마를 찔러본다. 들어가지 않는 젓가락을 빼내 자근자근 씹으며 또다시 고구마가 익길 기다린다.
드디어 뽀얀 사우나 안에서 단장을 마친 고구마의 껍질을 벗긴다. 손가락 뜨거운 줄도 모르고 한 겹 한 겹 재빨리 껍질을 벗겨본다. 노란 속살이 떨어져 나가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스래 겉껍질만 얇게 뜯어낸다. 노란 속살이 어찌나 빛이 나던지. 딱 봐도 달디 단 호박 고구마이다.
입천장이 까지는 줄도 모르고 한입 크게 베어문다. 요리조리 혀를 굴려가며 목구멍으로 꾸역꾸역 밀어 넣는다. 아. 이 꽉 막힌 목 막힘이 그리웠다. 숨도 못 쉬게 꽉 막혀버린 목구멍이 불안한가. 그래도 괜찮다. 유당 불내증으로 배가 아플지언정 우리의 목 막힘 구조대 우유 한 잔이 손에 들려있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