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 백 홈

최종화

by 알렉스

해외영업으로 넘어오고 2년 좀 넘었나..

금번이 여섯 번째 출장이었다.

여행이든 출장이든 비즈니스석을 타본 적이 아직은 없다. 모든 출장이 미주/유럽향 장거리 노선이었다. 이코노미석에 몸을 실은 여정은 썩 피곤하다. 피곤하니 잠을 청한다.


대한항공 이코노미석에서 위스키를 청하면 시바스리갈을 따라준다. 얼음과 함께 한잔 부탁하며 스프라이트도 요청한다. 얼음 위에 따른 위스키만 먼저 홀짝이다가 넉넉한 농도로 스프라이트를 섞어 하이볼을 타서 마신다. 잘 넘어간다. 인생도 이렇게 잘 넘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학생 때 결심에 따라 지금 종사하는 해외영업뿐 아니라 지금까지 거친, 그리고 앞으로 종사할 모든 직분이 무역이라는 콘텐츠에 걸쳐있다.

진로를 정한다는 건 입시와 또 다르게 자유도가 주어진 책임이었다. 좋아하는 일만 할 수는 없다.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일을 고려해야 했다. 나는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학창 시절에 어학을 좋아했다. 그 본질은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수입잡화점의 온갖 물건을 구경하듯 그네들의 미디어 콘텐츠와 문학, 정서를 구경하고 관찰했다.

더 어른이 되고 난 후로는 그네들과 얽히고 섞인 이 지구촌의 이해관계 한마당에서 나름의 전문가로 참전하고 싶었다. 그렇게 통상전문가의 꿈을 안고 보부상이 되었다.

아직 자녀가 없지만, 언젠가 내 아이가 아빠와 똑같은 일을 한다고 하면 말릴지도 모른다. 내가 열심히, 잘 사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아이들 인생의 가장 가까이 있는 샘플이 되어줌과는 별개로.


기존의 공식적인 존재와 레시피가 없는 칵테일이나 하이볼은 내가 이름을 붙여도 되지 않나 하고 생각이 스친다. 롤모델 중 하나인 제임스 본드가 애용하는 보드카 마티니 레시피에 첫사랑의 이름을 붙였듯.

별건 아니다. 시바스리갈 (예측컨대 12년)과 각얼음, 스프라이트를 한데 모아 마시면 그뿐이다. 늘 집을 떠난 여정길에 빨리 일을 마치고 돌아가길 바라며 마시던 음료니까 이 하이볼의 이름을 웨이 백 홈으로 명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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