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자의 사고방식
가끔 포털사이트의 뉴스란을 눌러보면 생각보다 자주 보이는 기사가 있는데 바로 음주운전 관련 기사이다. 지금 당장 '음주운전'이라고 검색해 봐도 거의 하루에 하나 이상의 관련 기사가 뜨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은 이해가 안 될 것이다. 아니 왜 음주운전을 하는 거지? 하고 말이다. 누군가는 관련 처벌 규정이 약해서 일어나는 일이라고도 한다. 나는 법에 대해 잘 모르기에 뭐라 말하여 긴 어렵지만,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가 났음에도 가해자의 형량이 생각보다 낮아 의아한 경우도 가끔 있었다. 그럼 정말 처벌규정이 약해서 많이 일어나는 걸까? 다른 이유는 없을까?
지금은 늦은 밤이고 술을 꽤나 마신 상태이다. 차를 가져온 날은 원래 술을 마시지 않지만 오늘은 어쩌다 보니 빼지 못해 마셔버렸다. 대중교통을 타고 들어가기엔 시간은 늦었고 당장 내일 아침에 차가 필요한 상황이라 차를 여기 두고 가는 것은 좀 곤란하다. 그럼 대리운전을 부를까? 이게 유일한 방법 같지만 모르는 사람이 내 차를 타는 게 싫다. 일단은 조금만 더 고민해 보자. 그렇게 밖에 나와 가만히 서있으니 차가운 공기 덕분에 술에서 조금씩 깨어나는 기분이다. 음주운전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런데 왜 하면 안 되는 걸까를 생각해 보면 결국 사고 나기 쉽기 때문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사고만 나지 않으면 상관이 없는 게 아닐까? 나는 언젠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봤던 장면을 떠올려 양팔을 벌려 몸을 T자 형태로 만들고 바닥의 보도블록을 따라 일자로 쭉 걸어본다. 전혀 흔들림이 없다. 아마 외국영화였던 것 같은데 경찰관이 음주운전 의심자에게 이런 식의 테스트를 하는 걸 본 기억이 있다. 그때 그 장면에서 운전자가 휘청였던가?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일단 지금의 나 정도면 그 경찰관은 나에게 합격점을 줬을 것이다. 그럼 일단 차가 있는 곳으로 가보기로 한다. 차 쪽으로 가서 운전석 손잡이를 잡고 잠시 망설였지만, 밖에 오래 있다 보니 추워져 당장은 들어가서 고민하기로 한다. 히터를 켜기 위해 시동을 건다. 시동을 거니 손이 자동적으로 안전벨트 향한다. 몸이 기억하는 것이다. 그리고 운전대를 딱 잡아보니 이제 알 것 같다. 나는 충분히 운전할 수 있다. 그런데 어딘가 약간 시야가 흔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건 술 때문이 아니다. 시간이 늦어져서 졸려서 그런 것이다. 졸음운전은 죄가 아니다. 그리고 이럴 때는 차라리 빨리 출발하는 게 더 좋다. 시간이 지나면 더 졸릴 뿐이니 말이다. 그리고 운전석 앞 유리를 살짝 열어두면 별 문제되지 않는다. 나는 그렇게 엑셀에 발을 올린다.
한번 대충 상황을 짜서 써 보았다. 그럴 듯 한가? 위의 상황이 모든 음주운전 상황을 대변할 수 없지만 아마 크게 다르지는 않을 거라 본다. 그럼 위 내용 중에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 어디일까? 내 생각에는 '사고만 나지 않으면 상관없다.' 부분인 것 같다.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음주운전을 금지하는 게 맞을지언정 사고 나지 않으면 음주운전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오류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게 논리적으로 오류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또 인지했다 하더라도 자신에게 유리한 해석이라면 그냥 무시해 버린다. 이는 음주운전뿐만 아니라 사회의 전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유리한대로 마음대로 해석해 버리는 것이다.
규정이라는 것은 자기 마음대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문제가 있는 규정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문제제기가 가능한 채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채널을 이용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정말 그 규정이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당장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게 싫어 표출하는 일시적인 투정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냥 지키도록 하자. 생각하지 말고 해석하지 말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