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선택이 맞나?
나는 현재 갤럭시 A시리즈를 쓰고 있다. 산지도 이제 거의 5년-6년쯤 된 것 같다. 이 전에는 그 당시 갤럭시의 플래그십 모델을 쓰고 있었는데, A시리즈로 바꾼 데에는 이유가 있다.
원래 쓰던 핸드폰이 지하철에서 어떤 취객과 부딪혀 떨어뜨리는 바람에 액정의 일부가 부서져 뭘로 바꿀까 고민하던 차에 고등학교친구와 약속이 있어 만났었다. 얘기를 하다가 친구가 쓰는 핸드폰을 보니 처음 보는 모델이어서 뭐냐고 물었더니 갤럭시J 시리즈라고 답해주었다. 이 J시리즈를 모르는 사람들도 많을 텐데, 갤럭시에서 A시리즈 보다 하위 모델로 이제는 나오지 않고 A시리즈로 통합된 것으로 알고 있다. 잘 못보던 모델이라 그 핸드폰을 쓰는 특별한 이유가 있냐고 물었는데 친구는 '나는 어차피 게임도 안 하고 메신저 하고 유튜브만 보기 때문에 비싼 게 필요 없다.'라고 답했다. 듣고 보니 나도 그랬다. 쓰는 기능이 적은데 굳이 비싼 돈을 주고 살 필요가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A시리즈를 샀다. 그리고 지금까지 잘 쓰고 있고 말이다.(그 친구는 지금 최신 아이폰을 쓰고 있다...)
이렇듯 A시리즈를 택한 것은 나의 선택이었다. 그런데 이게 진짜 나의 선택일까?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보일까?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그게 선택이 맞아? 그냥 돈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산 게 아니고? 너한테 A시리즈랑 S시리즈 중에 하나 무료로 준다고 하면 넌 S시리즈 고를 거잖아? 결국 선택이란 말로 포장한 것일 뿐이잖아. 솔직히 말해. 그냥 돈이 없어서 그거 샀다고.
어떤가? 이런 모습들 생각보다 자주 볼 수 있지 않던가? 돈 관련만이 아니라 꽤나 많은 영역에서 이런 모습들을 관찰 가능하다. 그건 너의 선택이 아니라 네가 택할 수 있는 게 어차피 그거뿐 아니었냐는 것이다. 물론 듣고 그냥 무시하면 된다. 하지만 그러기가 또 쉽지 않다. 내 마음속 어딘가에서 그런가? 싶은 생각도 올라온다. 반박하기에도 어렵다. 나는 얼마 벌고 있고 이 제품이 얼마니 이건 선택이 맞다. 뭐 이런 식으로 할 수도 있지만 귀찮다. 심지어 한 영역이 아니라 광범위한 영역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기에 그걸 하나하나 반박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오히려 선택하지 않는다. 그냥 좋은 것을 쓰려고 한다. 이런 소리들이 듣기 싫으니 차라리 비싼 모델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건 선택인가? 오히려 강요된 것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과연 누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없지는 않다. 누가 봐도 많이 가지고 능력도 좋은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선택을 한다. 이런 사람들이 무얼 고르던 거기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믿는다. 딱히 반박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는 선택할 수 있는 능력과 권한을 스스로 잃고 소수만이 가지게 둔다.
그래서 다들 잘 되려고 하나보다. 스스로 선택할 수 있기 위해서 말이다. 이것이 내 선택이란 점에 누구도 반박하지 못하게 말이다. 그런데 그냥 타인에게 관대해지면 되는 게 아닐까? 모두가 선택할 수 있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