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함 Feb 18. 2024

작은 방황을 위한 서시

햇님이 하루를 끝맺으며

주홍빛으로 물들인 하늘

촌동네 꼬맹이는

넋 놓고 바라만 보아도

괜스레 가슴이 부풀어 오른다


그날은 집구석보다

어디 경치 좋은 논두렁에 올라

자유의 물결을 온몸으로 느낀다

    

날 것이라 불러도 좋을

이른바 방황의 시대

     

날 것은 유치한 것이라며

방황은 쓰잘데기 없는 짓이라며

도회지 소년에게

세상은 얼음송곳을 던져준다

가슴에 제 손으로 박아 어른이 된다


방황이 금지당한

신세계의 냉랭한 형무소에서

질서의 회초리를 온몸으로 맞는다

     

세상의 가르침과 하나된

이른바 질서의 시대

          

갓길에 외롭게 핀 민들레조차

경멸의 눈초리로 째려보는

번화가 청년은

역겹게 상해버린 자신마저도

덩달아 비웃으며 환멸한다

    

메쓰꺼운 별헤는 밤

발칙한 연노랑의 몸짓들이

가슴팍을 향해 사정없이 달려든다


송곳이 뽑혀져 나온다

이른바 방황의 시작

         

어둠

그것도 찐득한 어둠이

느 때보다 짙게 몰려온다

   

하지만 청년은 웃기 시작한다

아니 웃을 수 밖에 없다

소년도 덩달아 웃기 시작한다

아니 웃을 수 밖에 없다

꼬마도 덩달아 웃기 시작한다

아니 웃을 수 밖에 없다

   

아침

그것도 상쾌한 아침이

어둠을 몰아내며 밝아오기에

아니 밝아올 수 밖에 없기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