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님이 하루를 끝맺으며
주홍빛으로 물들인 하늘
촌동네 꼬맹이는
넋 놓고 바라만 보아도
괜스레 가슴이 부풀어 오른다
그날은 집구석보다
어디 경치 좋은 논두렁에 올라
자유의 물결을 온몸으로 느낀다
날 것이라 불러도 좋을
이른바 방황의 시대
날 것은 유치한 것이라며
방황은 쓰잘데기 없는 짓이라며
도회지 소년에게
세상은 얼음송곳을 던져준다
가슴에 제 손으로 박아 어른이 된다
방황이 금지당한
신세계의 냉랭한 형무소에서
질서의 회초리를 온몸으로 맞는다
세상의 가르침과 하나된
이른바 질서의 시대
갓길에 외롭게 핀 민들레조차
경멸의 눈초리로 째려보는
번화가 청년은
역겹게 상해버린 자신마저도
덩달아 비웃으며 환멸한다
메쓰꺼운 별헤는 밤
발칙한 연노랑의 몸짓들이
가슴팍을 향해 사정없이 달려든다
송곳이 뽑혀져 나온다
이른바 방황의 시작
어둠
그것도 찐득한 어둠이
그 여느 때보다 짙게 몰려온다
하지만 청년은 웃기 시작한다
아니 웃을 수 밖에 없다
소년도 덩달아 웃기 시작한다
아니 웃을 수 밖에 없다
꼬마도 덩달아 웃기 시작한다
아니 웃을 수 밖에 없다
아침
그것도 상쾌한 아침이
어둠을 몰아내며 밝아오기에
아니 밝아올 수 밖에 없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