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해가 밝았다
개미는 오늘도 열심히 일을 한다
거대한 그림자가 다가온다
나무 하나의 전모도 볼 수 없는
작은 개미를 앞에 두고
왜 숲을 보지 못하냐 꾸짖는
지체높은 양반 나으리
개미에게 나무는 온누리
나무를 정복한 개미는
이미 알렉산더 대왕
개미는 누구보다 즐거웠을 게다
개미는 누구보다 행복했을 게다
개미는 누구보다 아름다웠을 게다
하지만 양반 나으리의 행차 이후
개미는 숲의 비웃음을 사며
근근이 살아가게 되었다
해가 중천에 떴다
개구리는 오늘도 열심히 일을 한다
거대한 그림자가 다가온다
우물 바깥의 경치도 볼 수 없는
작은 개구리를 앞에 두고
왜 밖을 보지 못하냐 꾸짖는
지체높은 양반 나으리
개구리에게 우물은 온누리
우물을 정복한 개구리는
이미 칭기츠 칸
개구리는 누구보다 즐거웠을 게다
개구리는 누구보다 행복했을 게다
개구리는 누구보다 아름다웠을 게다
하지만 양반 나으리의 행차 이후
개구리는 밖의 비웃음을 사며
근근이 살아가게 되었다
해가 지고 말았다
숲이 시름시름 병들었다
개미를 꾸짖을 줄 알면서도
정작 잎사귀 하나 유심히 볼 줄 몰랐다니
나무에 대해 암것도 모르는
어리석은 멍청이 양반
우물이 바싹바싹 말랐다
개구리를 꾸짖을 줄 알면서도
정작 돌덩이 하나 유심히 볼 줄 몰랐다니
우물에 대해 암것도 모르는
어리석은 멍청이 양반
참회의 밤
퉤퉤 내뱉은 꾸지람이
부끄러움이 되어 양반을 쫓아온다
그럼에도
숲만 보고 밖만 보려는
어리석은 멍청이 양반
바로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