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버스 운전사' 연재를 마칩니다.
나의 브런치 최애 구독자는 첫째 아이다. 매일 나의 글에 달린 하트와 구독자 수를 알려준다. 처음에는 나의 솔직한 마음들을 적는 게 부담이 되었다. 아이가 읽어도 괜찮을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좋은 것만 보여주고 그의 삶에 행복한 일들이 가득하길 바랐기 때문에 희노애락의 변화무쌍한 나의 지난날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게 어쩔까 망설인 순간이 있었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여정이 해피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그런 바람을 갖았던 것은 내 문제의 핵심과도 같았다. 인생의 기본값이 축복이고 행복이라고 생각한 것 말이다. 이 연재를 통해 인생의 고통과 외로움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나의 손님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정중히 모시기로 했다.
보라돌이 상담사가 좋아하는 글이다. 나도 그를 닮고 싶어서 그런지 이 글이 참 좋다.
치유하고자 하는 충동은 실제적이고 강력하며 내담자 안에 있다. 우리의 일은 내담자의 치유력을 불러일으키고, 마음 챙김 방식으로 실험하고 내담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며 표현과 발달을 지원하는 것이다. 우리는 치료자(healer)가 아니라 치료(healing)에 영감을 주는 맥락이다.
치료사가 내담자를 치유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치료사는 모든 사람 안에 있는 '치유의 힘(healing power). 즉 내적 지혜(inner wisdom)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내담자를 도와줄 뿐이다. 치료사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내담자에게 치유의 힘과 내적지혜가 있다'는 확신이다.
나의 첫 번째 목적은 내담자가 자신 안에서 사랑할 수 있고, 영감을 주는 영웅적인 그 무언가를 인생 그 자체가 짐이자 선물로 인식할 수 있는 그 무언가를 발견하도록 하고, 삶에서 조우하는 모든 곳이 고통이자 축복임을 알게 하는 것이다.
-Ron kurtz-
나는 주저되고 막막할 때, 이 글을 수없이 음미하며 내 안의 지혜를 발견하려고 했었다. 그의 목적대로 나는 내 안에서 나를 사랑할 수 있고 내 인생이 짐이자 선물임을 운전대를 잡고서야 느낄 수 있었다. 버스로 여행하는 마음의 구석구석에는 고통이자 축복인 삶의 순간들이 놓여 있었다.
내 염려와 달리 첫째 아이는 글을 쓰는 과정 자체를 응원해 주었고 소중하게 눌려진 하트의 개수와 구독자의 수를 일일이 세어보며 즐거워했다. 나의 이야기가 개인의 삶을 넘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것을 아이에게 알게 해 준 것은 내가 아니라 함께 해준 사람들이 덕분이었다. 감사함을 전합니다. 꾸벅!
(나의 어린 손님들보다 더 성장한 첫째 아들 태을이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열 두살 태을아,
엄마는 사람이 왜 태어나는지 몰랐을 적에 우리 태을이가 귀하게도 엄마아빠의 아들로 태어났지. 그리고 긴 시간 궁금하지만 알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질문이 한순간에 풀리게 되었어. 인간이 왜 태어나는지 모르지만 생명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는 걸 말이야.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이 무엇인지 몰랐을 적에 우리 태을이가 엄마아빠의 아들로 태어났지. 엄마는 아빠에게도 그 말을 해 본 적이 없었어. 사랑한다는 말이 뭔지 잘 몰랐기 때문이야. 그런데 태을이가 태어나고 이 난제도 한순간에 해결이 되었지. 태을이가 태어나고 사랑한다는 말이 저절로 흘러나오게 되었거든.. 사랑 말고는 다른 말로는 표현할 수가 없었어..
사랑하는 태을아~
엄마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친절하다고 말해주는 소중한 아들..
엄마에게는 태을이는 존재 자체로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아이야, 엄마는 그런 경험을 못했다고 착각하며 오랜 시간 외로워하고 쓸쓸해 했었는데 지금 보니 엄마도 할머니에게, 그리고 엄마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더라고.
이제야 감사하지 않은 것, 삶을 희망하지 않은 것은 내 잘못이었지 환경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 엄마는 이제 노력해 보려고 해. 내게 주어진 삶을 받아들이고 하루하루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걸. 태을이가 응원해 줄 거지?
태을이와 하늘이가 있는 것만으로 감사할 일이잖아~~^^ 더 무엇이 필요하겠어!
유명 브런치 작가님은 일기 같은 글은 혼자 써두고 남이 읽을 글을 쓰라고 하시던데.. 이 연재도 일기 같은 수준을 넘지 못했어요. 내담자와 상담자에게도 도움이 되고 싶었지만 저의 한계가 보였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독자를 염두에 둔 글을 써보고 싶어요..
응원의 마음으로, 위로의 마음으로 함께 읽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나의 마음버스 손님들도 안녕~^^ 우리 또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