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밝혀진 계획

[토순이 전성시대]

by 강마루

그날 저녁에도 친구들이 놀러 와 음식을 만들어 먹고 술을 마셨다. 난 요리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친구들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토순이는 내 침실로 들어가 버렸다. 평소 같으면 막아섰을 것을 그날은 '그래 임신했는데 좀 들어가서 자라' 싶어서 내 버려두었다. 친구들이 떠나고 난 술을 좀 마신 상태에서 침실로 갔다. 침실은 나무 마루 침대로 입구만 빼서 전체를 침대로 깔아 두었는데 토순이는 침대 끝 한쪽 구석에 누워있었다. 나는 안 쓰던 겨울이불은 꺼내어 똬리를 만들어 주었다. 토순이는 편안한지 잘 누워 잤다.

그리고 나도 잠이 들었다.


2시 반 내가 눈을 떴을 때 (거의 대부분, 지금도 2시 반에 일어납니다.) 나는 또 한 번 깜짝 놀랐다. 내 옆에는 벌써 두 마리의 새끼가 나와 꿈틀대고 있었다. 토순이가 잠시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안간힘을 쓰며 힘들어하면서도 마치 내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

'미안하다 집사야... 그렇게 됐다...'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난 토순이가 기특하고 대견해 머리와 목을 쓰다듬어 주고 안심을 시킨 뒤 마른 수건과 물티슈를 가지고 왔다. 두 마리의 새끼들은 이미 숨이 트여 있었고 마른 수건으로 감싸 한 마리씩 들어 올렸을 때에는 특별히 많이 닫아 줄 필요도 없었다. 토순이는 본능적으로 아가들을 다 핥아주었다. 토순이는 혼신에 힘을 다해 마지막 아가까지 다섯 마리를 낳았고 사료에 참치 캔을 비벼 준 한 그릇과 물까지 다 비우고 새끼들에게 돌아갔다.


고양이들은 새끼를 낳을 때가 되면 본능적으로 자신이 보호받을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장소로 찾아간다고 들었는데 그 말이 사실인가 보다. 새끼 때 엄마를 따라와 한번 봤던 내가 믿음이 갔을까? 아니 어쩌면 내가 모르는 사이 이 녀석은 나를 지켜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토순이가 대단하고도 하고 한편으로는 나를 믿어주었다는 것이 고맙기도 했다.


나는 그렇게 내 방을 빼앗겼다.


토순이새끼.jpg 다섯마리 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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