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순이 전성시대]
난 이 아이를 토순이라 불렀다. 꼬리는 거의 없고, 뛰는 모습이 꼭 토끼 같았다. 숨어 있는 모습도 마치 토끼 같았다. 이렇게 허술한 녀석이 어떻게 야생에서 살았을까?
토순이와 난 방금 친해졌다. 처음에는 사료를 부어주면 조심조심 와서 먹던 녀석이 3일도 채 되지 않아 내 무릎 위를 점령하였다. 창고에 손님들이 찾아오면 사람들을 구별하였다. 자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오면 공방 나무 꼭대기로 숨고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오면 그대로 자리를 차지하고 비켜주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만져도 곁을 쉽게 내주었다. 길냥이가 이러기에는 쉽지 않은데 참 신기한 아이였다.
침실의 앞 쪽으로 사무 공간이 있었다. 난 온종일 업무를 봐야 했고 토순이는 언젠가부터 나와 같이 사무실 빈 의자에서 놀다가 몸을 물티슈로 닦아주면 침실로 들어가려 했다. 난 침실만은 못 들어가게 했고 토순이는 불만 없이 문 앞이나 난로가에서 잠을 잤다.
그 때가 아버지 돌아가시고 서너달 지났을 때로 기억한다.
난 매일 밤마다 달빛을 보며 술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혼자 있으면 자꾸 생각이 나 아버지가 옛날 자주 부르시던 노래를 틀어 놓고 술을 마시는 버릇이 생겼다. 일에 집중하지도 못하고 웃을 일이 생겨 잠시 웃었다가도 금방 우울해 졌다. 술을 마시는 동안에도 토순이는 항상 내 곁을 지켜주었다.
'토순아 너 아버지가 보내셨니?'
힘들어 하는 나를 위해 마치 아버지가 보내신 것 같았다.
매일 고기를 먹여서 일까 토순이는 점점 뚱뚱해져 갔고 누워 있는 횟수가 많았다. 사람 먹는 걸 주면 안 되는데... 싶기도 했지만 그동안 못 먹었을 생각 하니 그냥 당분간은 먹게 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소변은 정말 편했다. 모레만 깨끗하게 갈아주면 혼자 알아서 잘 처리하고 숨기기까지 하였다. '이래서 고양이를 키우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토순이가 이상했다. 처음에는 너무 많이 먹어서 배가 부른 줄 알았는데 배의 모양이 달랐다. 약간 뒤쪽으로 배가 불러있고 젖꼭지도 도드라진 것이 임신 같았다. 토순이는 점점 잠을 많이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