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순이 전성시대]
그 후로 오랜 시간 녀석들을 보지 못했다. 어쩌면 내가 바빠서 관심을 갖지 못했을 수도 있다. 난 아버지 병원 간병만 6개월 넘게 하고 있었고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창고를 자주 비우고 있었다. 어미가 된 녀석도 그 새끼도 보지 못했다. 창고의 뒤뜰은 고양이의 사파리 같은 곳이어서 큰 녀석 들에게 죽음을 당했을 수도 있고 도로 옆 창고 주인이 사냥 훈련을 위해 밤에 몰래 풍산개를 풀어놓는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났다.
거의 일 년의 시간 동안 네 곳의 병원을 옮기면서 간병인을 두지않고 직접 간호를 하던 나는 많이 지쳐 있었다. 1월에 시작한 간병이 12월이 되었고 생업을 포기하고 나는 마지막을 기다리고 있었다. 12월 23일 아버지는 운명하셨다.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루고 나는 매일 밤 우울증과 슬픔으로 술을 마시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던 어느날 밤, 침대에 누워 있는데 공방에서 창문을 여는 소리에 눈을 떳다. 새벽 사위는 어두웠다. 내가 지난날 비가 개고 창문의 걸이를 걸지 않았던 게 기억났다. 나는 봄기운이 따뜻하여 공방과 창고 전시실 사이의 문도 열어 두었고 침실의 문도 열어두고 잠을 자고 있었다. 공방 창문에서 내 방까지의 거리는 대략 50미터. 누군가 가구를 툭툭 건드리며 걸어오고 있었다. 난 골프채를 들고 문 옆에 서서 정체 모를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방문 앞까지 녀석이 왔을 때 뛰어나왔다. 놀란 녀석은 도망가기 시작했고 전시장을 지나 공방 창문으로 달아나 버렸다.
분명 고양이였다. 꼬리 짧은 하얀색 고양이. 아이를 데리고 왔던 그 고양이일까? 생각도 했지만 그보다는 작은 느낌이었다. 며칠 후 난 친구들과 술을 한 잔 마시고 잠이 들었다. 잠을 자다 꿈인지 생시인지 느낌이 이상해 눈을 떴는데 무언가가 내 배 위에 올라와 있었다. 이불을 덮고 있긴 했지만 배 위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 일어났고 그 녀석은 또다시 공방 창문으로 달아났다. 내가 참치 캔을 주던 그 녀석일까? 아니다. 그 고양이는 얼굴이 조금 더 야리야리하고 이쁜 얼굴이었는데 이 아이는 약간 각진 얼굴이었다. 떠오르는 아이가 하나 있었다. 전에 엄마와 함께 왔던 아이. 찍어 두었던 사진을 다시 보니 노랑과 검정의 위치가 같았다. 그 아기 고양이가 벌써 그렇게 자란 거였다.
"넌 딱 걸렸어.." 난 녀석을 잡을 계획을 세웠다.
다 자란 토순이 - 내게 왔을 때의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