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순이 전성시대]
다음날 나는 창고에서 고기를 구웠다. 숙식을 창고에서 하다보니 저녁시간에 친구들과 화목 난로에 고기를 굽는 일이 많았다. 불을 지피고 햄과 삼겹살을 굽고 뒤뜰 방향의 환풍기도 모두 틀어 두었다. 뒷뜰에 몇 마리의 길냥이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고기냄새를 견디기 힘들것이다. 창문도 잠그지 않았다. 이제 그 녀석을 맞을 준비가 되었다.
예상대로 녀석이 들어왔다. 공방을 지나 창고로 들어온 녀석은 잔뜩 바닥에 낮은 자세로 엎드려 날 바라보고 있었다. 난 가까이 고기를 한점 던져 주었다. 녀석은 배가 고팠는지 주저 하면서도 가까이 와 주었다. 고양이나 댕댕이가 삼겹살을 먹을 때 나오는 행복해 녹아내리는 표정이 있다. 그 모습이 떠올랐다. 조금씩 그렇게 거리를 좁히고 녀석이 내 앞 3미터 정도까지 왔다.
나는 처음으로 그녀석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생각보다 이쁘게 생긴 아이였다. 어젯밤에는 내가 누운 채 천장을 보라보며 녀석을 봐서 얼굴이 많이 각져 보였는데 이제 보니 그 하얀 고양이와 많이 닮아 있었다.
난 예전에 팔다 남은 강아지 밥그릇에 고기를 옮겨 주고 방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비껴주었다. 그 날은 처음으로 편하게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녀석은 나가지 않았고 공방에서 자고 있었다. 공방 한쪽 벽면은 바닥에서 천장까지 도마용 나무를 쌓아 두었는데 그 위에 올라가 잠을 자고 있었다. 오랜 세월 지 집인냥 편하게 아래쪽의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난 마트에 가서 고양이 사료와 고양이 모레를 사었고 난로 옆 따뜻한 한쪽에 밥그릇을, 다른 쪽에는 화장실을 만들어 주었다.
이렇게 그 녀석과 나의 동거는 시작되었다.
난 이 아이와 앞으로 어떤 일을 벌일지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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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stalgia - Yozo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