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순이 전성시대]
난 간단하게 후시딘을 발라주고 탐문수사에 나섰다. 1동과 3동 사장님들께 물어봤더니 다들 호피 녀석의 정체를 알고 계셨다. 호피의 소속은 3동에서 밥 얻어먹는 놈으로 성질이 난폭하고 이 동네 길냥이 들의 짱을 먹고 있다고 한다. 그 녀석의 일과는 저녁을 먹고 밤이 되면 1동부터 4동까지를 순찰을 돌면서 깽패 짓을 하고 다닌다고 한다.
다음날 저녁 나는 방충망을 고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어김없이 공방으로 그 녀석은 침입해 들어왔다. 난 재빨리 뛰어가 합판으로 방충망을 막아 버렸다. 그 녀석은 당황해서 안절부절 토순이를 공격하지 못하고 있었다. 여기서 내가 준비한 카드가 있었다. 아이들이 공포에 떨고 있을 때 혼자 덤덤했던 아이, 바로 시아였다.
나는 오랫동안 개를 키워보면서 느낀 촉으로 시아의 성품을 보았다. 시아는 대범하면서도 담담하고 먹을 것이 있어도 토순이처럼 다른 식구,형제들에게 양보하는 아이였다. 시아는 형제 중 덩치가 제일 컸다. 이미 토순이보다도 훨씬 커져 있었다. (원 투 쓰리 원 투 쓰리 드링크... '샹들리에' 부른 그 시아 맞습니다. 이유는 사진 보시면 바로 알게 됩니다.)
난 '시아! 투입!' 이라고 외쳤고 내 말이 떨어지자마자 시아는 녀석에게 달려들었고 앞발 후리기 공격에 호피 녀석은 뒤로 나자빠졌다. 그렇다. 시아는 싸움을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해 봤던 것뿐이었다. 방황한 녀석은 계속 후퇴하였고 시아는 계속되는 앞발 후리기로 타격을 입혔다. 이렇게 1차전 승리.
그렇치... 공방은 좀 좁지. 내 집이 아닌 곳에서도 승리가 필요했다. 나는 반대편 공방 큰 문을 활짝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도망가는 녀석을 시아는 놓치지 않았다. 공방 밖으로 나가서도 바로 따라 붙었다. 다시 한번 후리기 연타 공격.... 2차전도 승리. 호피 녀석은 멀리 달아나 버렸다. 그 때 일을 끝마치고 걸어오던 3동 사장님이 이 모습을 지켜봤다. 속으로 좀 미안했다.
그런데 3동 사장님이 쿨하게 한 말씀 하셨다.
'짱이 바뀌었구먼...'
그랬다. 이 사파리의 짱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날밤 나와 고양이 여섯 마리는 좌우 일자로 서서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신기한건 나와 걸으면 고양이들이 나의 보폭에 맞쳐 강아지처럼 산책이 된다.
지금 이 순간 만큼은 무서울 게 없었다.
오늘밤... 달빛이 승리를 축하해 주듯
나와 고양이들의 세워진 꼬리를 길게 비춰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