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책상 앞, 옆자리
그가 글을 쓴다고 앉아서 저도 옆에 같이 앉았습니다.
책상과 컴퓨터는 마주 본 채로요.
이번 한 주는 썩 작업에 몰두하지 못했고 바쁘게 일과가 지나가버렸습니다. 틈틈이 영화도 보고, 카페 투어도 하고 데이트도 했지만요. 작업에 집중하려면 아무래도 집 안이나 혼자 내버려지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그래서 오랜만에 편 일기장은 일주일치 일기가 밀려있고, 하나씩 욕심내어 모은 다이어리가 세 개라서 곱하기 3이고, 그렇지만 또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며 어제도 하루를 기록했습니다.
많은 생각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탓에 키워드를 적고 생각을 정리해서 적는 형식으로 해야 제한된 양과 시간에 끝낼 수 있습니다. 조금 아쉬워도 그렇게 끝을 내야 다음날이 있는 거더라고요. 다이어리를 세 개씩이나 쓰는 저도 글을 쓰러 앉는 것의 부담을 압니다. 들쑥날쑥 쓰는 이유겠지요. 일단 글을 쓰러 앉는 것이 심리적으로 압박이 많이 되는 것 같습니다. 마치 사투리 잘하는 사람에게 사투리 써보라고 시키면 버벅대는 것처럼요. 할 말이 많아서 글로 쏟아져 나오는 것과, 뭐라도 끄집어내야 하는 입장은 다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한 단어, 한 문장만 써보자 하고 그 무안함을 버티어 내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낯을 가리던 글이 조금씩 풀려 나옵니다. 불가사리도 걸려있고, 쓰레기도 걸려있고, 그러다 가끔 꽤 쓸만한 물고기도 걸려있는 거 아니겠어요? 나에게서 이런 문장이 나올 수 있구나, 그리고 어디선가 봤던 문장이 내 몸을 통해 말로, 글로 나오고 나면 어느새 내 일부가 되어있는 모습을 느끼고 나면 글쓰기가 재밌어집니다.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차마 넘기기 아쉬울 만큼 기분 좋은 하루를 오래도록 기억하는 것이고,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알 수 없는 우울함의 씨앗을 찾아내는 것이고,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숨을 쉬듯이 글을 뱉어내는 것입니다.
일단 지난주처럼 노트북을 들고 집 앞 산책을 갔다가 글을 써서 돌아오는 루틴을 만들거나,
매일 뭐라도 쓰는 연습을 해야겠습니다, 다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