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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디 Apr 13. 2023

내가 전업을 하지 않는 이유



퇴사를 한 이후로 작가의 길을 선택했고

작가 중에도 프리랜서를 선택했다면  '먹고사니즘'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숙명인 것 같다.

당장 다음 주의 일정을 장담할 수 없지만 반대로 말하면 다음 주도 내가 원하는 대로 삶을 구성할 수 있는 것이니

이 삶이 너무 만족스럽고 행복하면서도 걱정이 없을 수는 없는 것 같다. 무엇보다도 이 삶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인지,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타인까지도 책임지고 싶은 욕심이 든다면 말이다.



(전) 직장인으로서 직장이 미래계획을 세우고 불규칙한 수입에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알면서도 규칙적으로 출근하고 월급을 받는 아르바이트라도 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생각해 보기로 했다.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결론은 명확하나 이유라고 할 게.. 모호하다. (말하거나 글을 쓰다 보면 스스로 답을 찾는 편이니 어떻게든 결론 나지 않을까.)

사실 프리랜서가 '사회가 선호하는' 모습과 거리가 있을 수 있으므로 이 삶을 지속하는 것이 (재입사하기엔) 불리하게 흘러가는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내가 지켜내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겠다. 



첫째, 순수한 창작가의 모습을 지키기 어렵다.

반복적인 일을 하는 동안 자신을 잃을 때가 많다. '생각 없이 하는 일'.

나는 손이 빠르고 성격이 급한 편이지만 그건 많은 것을 지나쳐버리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대충대충일 수도 있고 생략일 수도 있겠다. (완벽히 장점만 있는 강점은 없으니 너무 타박하지 말아 달라..)

 단기적으로 일하거나 작업만 외주 할 때는 요구받지 않는 '압박감'이 가장 크다. 퇴사한 지 3개월은 더 되었지만 떠올리기만 해도 진절머리가 난다. 팀워크를 하려면 필수적으로 나도 희생하고 맞추어야 하는 부분이 있는 거겠지만 사회초년생으로서의 자의식 해체와 인내심이 부족한 것인지.. 사실 견뎌낼 만했는데도 막상 퇴사해 보니 그 시간도 금쪽같은 내 청춘의 시간들이었는데 왜 꼭 그 선택지만 있다고 생각했을까 싶다.  좋게 말하면 긍정적인 건데, 정신승리기도 했다. 정말 내가 원했던 일이라면 아무리 중도포기 했더라도 이렇게 생각은 안 했겠지.

여러 날 같은 곳으로 출근한다는 것 자체도 반복작업,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며 능숙해지는 것도 반복작업. 나는 분명히 작업상 변주가 필요한 것 같다. 변화가 주는 스트레스가 나에겐 도파민 같은 사람이니까.



둘째, 내 삶을 허비하는 것이 너무 아깝다.

정확히는 회사에서.

한마디로 회사보다 더 잘 벌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회사에서 하는 일은 내가 잘하는 일이 아니었고, 나는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데라는 생각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초과업무를 한다고 인정해주지도 않았으니 누가 시키지도 않은 열정페이.. 어쨌거나 퇴사하고서 생각해 보면 그렇게라도 연습이라도 했으니 후회하진 않지만 다소 답답..

직장인이 받는 월급이 자기 몸값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마음이 화끈한 게, 엄청 찔렸다. 기본급을 받으면서 알바랑 다를 게 뭐냐며 투덜댔는데 당장 퇴사 후에 정기적으로 그 돈을 벌어낼 능력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직장이 얼마나 되겠나. 기술직, 전문직이 아니고서야 내가 돈을 벌기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조차 몰라서 못 하는 것이다. 아르바이트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긴 하지만 그 일은 내가 정의 내린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다르다. 큰 틀에서는 외주도 내가 만든 일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그 모든 게 온전히 내 커리어가 된다. (온전히 내가 하는 일이라는 뜻이기도 함^^) 

기본급 이상을 받는 것은 자릿값보다도 내 몸값을 높여야 하는 일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내가 내 몸값이 높아지길 바라는 분야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일과 내 삶은 완벽히 분리될 수가 없는 것이므로, 두 집 살림은 하지 말자!



마지막으로, (이제 좀 지쳤다..) 내 삶의 모토는 지금 행복하자이기 때문이다.

회사는 지금 행복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환경이었다. 내 행복을 앗아갈 권한을 상황에게 너무 많이 쥐어줬다.

반대로 프리랜서는 어느 시각에, 어떤 일을 할 것인지, 그 일을 찾아오는 것마저 몽땅 스스로 해야 하지만 그만큼 내 자유도가 보장된다. 마치 집을 구하고 여행 짐을 싸는 것처럼 귀찮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사실은 그 이후 삶에 아주 많은 영향을 주는 중요한 일이다.

죽음을 인식하는 일은 중요하다. 죽음을 두려워하라는 뜻이 아니라 삶의 유한함을 귀하게 여길 때에 진정한 지금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멋진 풍경이나 작품 앞에서 나도 모르게 시간을 끌며 감상하게 되는 순간을 생각해 보자. 그 순간에 시간이 지체되고 있다거나 삶의 걱정거리를 생각할 겨를이 있는가? 현실적인 부분을 신경 쓰는 것은 이렇게 삶을 만끽하는 순간을 지속하기 위해 꼭 필요하지만 삶을 지속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순간이지 않나. 풍요로운 마음을 가지고 여유를 만끽하며 행복하면 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품위는 가진 돈을 모두 잃어도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그것이 인품인 것 같다. 모두 다른 얼굴처럼 고유한 매력을 품고서 세상에 맘껏 뽐내며 모두가 행복하고 평안했으면 좋겠다. 고통으로 만든 것보다 조금 비싸고 구하기 어려워도 기쁜 마음으로 주는 것을 받고 싶다. 가령 선물이나, 굿올데이즈 호텔의 친절함 같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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