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곱씹어 보다.

나태주의 '책'

by 나노

나태주


첫 문장 쓰기가 어렵다

아니, 첫마디 말 하나

단어 하나 쓰기가 어렵다


무어라 쓸까?

생각 끝에 '인생'이라고 써본다

그런 다음 '기억',

그리고 '나'라고 써본다


그렇구나!

책은 내 인생의 기억을

쓰는 것이었구나.



나태주 시인의 시는 쉽고도 울림이 있다. 어떤 유명 시인들의 시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부분을 깊게 파고들어 공감이 어렵던데... 쉬운 말고 가볍게 툭 치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편하다. 어깨에 높게 쌓인 완장을 다 내려놓고 대화하는 기분이 다. 그런데 그렇게 탁월한 시인도 글을 쓸 때 이렇게 고심을 한다니. 급격한 친밀감(?)이 들어서 기쁘다.


작년에 브런치를 갑작스럽게 시작하면서 첫 글을 올리는 것이 그렇게 무서웠다. 자신이 없어서 몇 년 전부터 작가서랍에 넣어두었던 글을 읽고 또 읽었다. 그러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내 이야기를 쏟아냈다.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맺힌 감정들을 필터 없이, 눈물 뚝뚝 흘려가면서 썼다. 그 시간만큼은 아버지를 기억으로 다시 만나는 대화의 장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글에 대한 걱정,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어떻게 평가할까 하는 두려움이 줄어들었다. 오로지 글로 아버지를 세기고 기리는 과정에만 집중했었다. 숨을 쉬고 싶어서 몸부림을 쳤다. 그리고 1년이 조금 더 지나서, 이제는 어떤 글을 쓸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나태주 시인의 '책'을 만나고 보니, '내 인생의 기억' 중에 무슨 고구마 줄기를 잡아당겨 올려야 할지. 때로는 기막힌 시기에 만난 시 한 편이 답을 주기도 하니, 나를 찾아 떠나야겠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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