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의 '호주머니'
호주머니
윤동주
넣을 것 없어
걱정이던
호주머니는
겨울만 되면
주먹 두 개 갑북갑북
윤동주의 '쉽게 쓰여진 시', '서시', '별 헤는 밤', '길'. 대표작들은 모르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시 낭송 자리에서 우연히 들은 '호주머니'는 새로웠다. '엄마야 누나야'의 느낌으로 산뜻하면서도 여운이 남았다. 지금이야 에코백도 있고, 가방도 있고, 플라스틱 봉지도 있고. 넣을 수 있는 것이 지천에 널려 있지만, 그 시절에 호주머니 외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책보도 귀하던 때에.
유일한 저장 공간인 호주머니가 텅텅 비었는데, 겨울만 되면 듬뿍 담을 수 있고, 담은 그것이 두 손이라니.
이렇게 풋풋하고, 애틋한 고백이... 따숩고도 애잔하다.
추운 날씨에 손이 시려서, 호호 입김을 불어넣다가, 호주머니 밑구석까지 쑥~ 밀어 넣으면, 그렇게 따수웠다. 아니 손이 덜 시렸다.
그 추운 기억을 이렇게 그림 한 장으로,
예쁘고도 훈훈하게 만들다니!
시인의 여유로운 마음이 참 돋보인다.
지금 우리는 호주머니에 무엇을 갑북갑북 담고 있을까?
미련 한 주먹, 후회 두 주먹, 한숨 듬뿍?
헛헛한 주머니,
옷 모양새 따지지 말고, 손으로 대체해 보면 좋겠다.
이 추운 겨울만큼은...
뜨끈한 두 손으로 헛헛한 주머니 가득 채워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