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의 '그곳'
그곳
오은
거울이 말한다.
보이는 것을 다 믿지는 마라.
형광등이 말한다.
말귀가 어두울수록 글눈이 밝은 법이다.
두루마리 화장지가 말한다.
술술 풀릴 때를 조심하라.
수도꼭지가 말한다.
물 쓰듯 쓰다가 물 건너간다.
치약이 말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변기가 말한다.
끝났다고 생각한 지점에서, 다시 시작하라.
오은 시인의 반짝이는 유쾌함을 볼 수 있는 '그곳'.
한참을 웃었다.
개인적으로 치약의 조언에 공감 100%.
항상 치약의 끝을 몰라서 짜고 또 짜며, 내일까지만 쓰고 버리리라 다짐을 하건만, 오늘 아침에도 또 짜내고 있다. 기꺼이 치약 한 줄기 토해내는 넉넉한 인심에 감탄할 뿐이다.
앞으로 주변의 모든 사물들이 한 마디씩 할 것만 같다.
재활용 쓰레기봉투는 이렇게 말할 듯,
"눌러보아라. 생각보다 더 깊이 담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