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 새싹 틔우기

나희덕 '산속에서'

by 나노

산속에서

- 나희덕


길을 잃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터덜거리며 걸어간 길 끝에

멀리서 밝혀져 오는 불빛의 따뜻함을


막무가내의 어둠 속에서

누군가 맞잡을 손이 있다는 것이

인간에 대한 얼마나 새로운 발견인지


산속에서 밤을 맞아 본 사람은 알리라

그 산에 갇힌 작은 지붕들이

거대한 산줄기보다

얼마나 큰 힘으로 어깨를 감싸 주는지


먼 곳의 불빛

나그네를 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걸어갈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을



처음으로 만난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나희덕 시인의 시 '산속에서'.

나희덕 시인의 작품들은 참 따뜻하다. 배추를 뜯어먹고 있던 벌레까지 사랑하는 이타의 경지에 오른 분이라서인지, 이 시도 성경처럼 고결하게 다가왔다. 이 성스러운 시인을 어떻게 10대의 마음에 옮겨심을까?

산행의 경험도 거의 없는 아이들이 산속에서 길을 잃고, 밤을 맞아 본 경험이 있을까? 과연 어떻게 설정값을 세팅할 수 있을까? 일단 과하더라도 감정이입부터 끌어내야 한다.


먼저 시도한 것은 수험생의 고달픔으로 접근했다. 만일 수능시험을 보는 것을 산행으로 비유한다면, 해가 저물고 갈 길이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면, 어떤 것이 가장 큰 힘이 될까?

"휴대전화요!"

역시. 지극히 현실적인 아이들. 이 아이들을 시의 세계로 입장시키기도 어렵다. 길을 잃은 산행이고, 휴대전화도 없다고 다시 설명을 했더니, 이번에는 꽤 진지하게 고민하는 얼굴들이다.

뒤쪽 어디선가

"반딧불이?"

다행이다. 슬슬 원하는 방향으로 접근했다. 그러더니 서서히

"나를 찾으러 온 손전등"

"하늘의 별빛"

"숲 속 쉼터" 등등

시인의 시선에 맞는 대답들이 터져 나왔다. 다행이다.

먼 곳의 빛이 때론 우리를 쉬지 않고 걷게 하는 힘이 된다는 설명으로 겨우 겨우 이어갈 수 있었다.



시는 참 어렵다.

그런데 비슷한 상황으로 잘 유도만 하면, 저절로 산행을 마무리하는 아이들도 있다. 졸졸졸 길을 따라 오르고 내려오는 경우도 있어서, 가능성 게임을 하는 기분이 든다.

어떤 답이 돌아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가장 유사한 상황으로 빗대어 설명을 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시를 다 배우고 어떤 아이는

"부모님 안 계실 때 들어가는, 현관 센서등 같아요."

라고 대답했다. 막막하고 어두워서 싫었는데, 어디선가 예상하지 못하게 만난 밝음 같았다며, 이제 조금 주변이 어슴프레 보인다고 설명했다.

성공♡

삭막한 교실에 새싹이 하나 움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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