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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삼겹살과 통배추

근본 없는 볶음 요리, 강추!

by 나노 Feb 25. 2025

일을 하다 보니 저녁 7시가 넘었다.

뭔가에 집중을 하면 시간 가는 것을 모르는 성격이라서, 주변에 사람이 없으면 식사 때를 자주 놓친다. 교사를 하면서 99% P 기질이 제법 J처럼 포장되어 있다. 특히 애들에 관한 일은 거의 완벽하게 J를 구현한다. 하지만 내 개인 신상에 관한 것은, 여전히 좌충우돌, 우왕좌왕이다. 특히 혼자 챙겨 먹는 식사는 아주 자유분방하다. 그래도 울 아부지의 평소 가정교육을 준수하기 위해, 정신없이 저녁을 차렸다. 원래 계획은 냉동삼겹살에 배추를 싸서 된장 꼭! 꼭! 찍어 먹으려 했는데... 된장이 없다. 이런 쌈장이여~! 돌아오라.


P는 뚝딱뚝딱 임기응변에 강하다. 일단 냉삼부터 구웠다. 촤아~~~ 붉은 빛깔이 살살 사라지면서 말련던 몸을 슬슬 풀어내었다. 요맘때 가는소금 살살. 그리고 뒤집어 주면서 생각했다. 된장과 쌈장이 없으니 짭짤하게~. 거기에 왕소금을 탈탈 털어 넣었다. 염도 상승! 후추도 톡톡. 그리고 0.1초 사이에 냉동실을 열었다. 넣을 것이 냉동 다진 마늘. 그 옆에 '날 보쇼'  가래떡이? 오케이 당첨. 가래떡을 한 주먹 팬에 넣었다. 이때부터는 웍을 촥촥 뒤집어 줘야 냉동이 해동되며 맛나게 기름을 흡수한다. 또다시 0.1초 이내로 냉장실 오픈! 뭘 넣으면 잡내가 잡힐까? 정종 들어와!

또 또?

마른 새우 컴온! 오늘 요리 중 최고의 아이디어는 '마른 새우'였다. 감칠맛과 돼지기름에 살짝 튀겨진 고소함, 그리고 짭짤한 간까지! 네가 구원자다. 마무리로 배추 2~3장을 손으로 찢어 넣고 웍웍!


접시에 안착한 오늘의 저녁은!


<냉삼과 배추, 건새우와 옆집 가래떡!>


이 메뉴의 절친으로 '막걸리' 한 잔. 5분 만에 완성된 근본 없는 요리가 탄생했다. 누군가 다시 해달라고 하면? 이 맛을 다시 구현하지 못한다는 한계^^  계량도 없고 무계획, 무제한 요리라서 딱! 오늘, 이번만, 먹을 수 있는 '귀한 요리'이다.


개인적인 만족도는 최상!(투자 대비 평타 )


식감이 다채롭다

; 의외로 촉촉한 냉삼+ 가래떡의 쫀득함+배추의 달큼함+튀겨진 건새우의 고소함


다음에 도전한다면, 여기에 견과류를 넣고 싶다! 된장이 없는 관계로 시작된 '나 홀로 요리전'은 대성공이었다.


뒤를 돌아보니 배추 속 잎을 먹기 위해 까놓은 겉잎들이 덩그러니 있다. 하! 한 겨울에 저 비싼 배추를 어찌할까?

그래, 겉절이 고고!


배추 잎은 사선으로 칼을 쳐서 세 토막! 물 촉촉하게 뿌려서 굵은소금 촤락! 이 아이들의 빠른 완성을 위해서 유리 뚜껑을 덮어서 무게감을 줘야 한다. 그리고 야채는 1도 없으니 양념 준비.


막걸리 소주잔 한 잔+굵은 한 숟가락+새우젓 작은 숟가락 ++고춧가루 팍팍 60% 먼저 넣기+각설탕 1.5개+밥 한 숟가락+냉동 마늘 3개+사이다 두 숟가락


쉐킷쉐킷!

30분 뒤에 배추를 씻어서 물을 빼고, 남겨 놓은 30%  고춧가루 섞섞, 그 뒤에 양념과 함께 스며들기! 다 뒤적여 보고 색감이 약하면 남은 고춧가루를 넣고, 그렇지 않으면 양보! 맛은 장담할 수 없지만, 남겨진 겉배춧잎을 구원했다. 내일 맛이 생겨나면 참 행복하겠다. 오늘 맛보기는 양보. 배가 너무 부르당♡


소중한 나의 확정적인 행복! 소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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