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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 증후근

인간관계 절벽의 단상

by 나노 Mar 09. 2025

딱 4일 출근을 했다.

한 달은 살고 온 기분이다.


개학 첫날. 입학식 행사로, 각종 부서의 오리엔테이션으로 알차게 오전이 채워졌다. 그리고 찐 수업은 5교시부터 진행되었다. 처음 급식을 혼자 먹을 학생이 있을까 염려해서 학급별로 이동시켜서 함께 먹도록 지도했다. 조금이라도 수월했으면 하는 마음에...

그런데 점심 식사 후 한 아이가 울면서 찾아왔다. 학교라는 공간에 더 있을 수가 없다면서 고통을 호소 했다. 지금까지 학기 초 새 학기 증후근을 호소하는 아이들은 있었다. 하지만 개학 첫날, 한 나절만에 이렇게  울며 찾아온 경우는 처음이라 놀랐다. 일단 이럴 때, 당장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 친구 관계도 아니고, 수업이나 성적에 대한 것도 아니고, 학교라는 공간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표현하는 아이에게 뭘 해줄 수 있을까?

일단 아이와 대화를 해 보았다. 중학교 때도 겨우 학교를 졸업했다고 한다. 그래도 용기 내어 반 나절 견딘 것 자체를 격려했다. 얼마나 학교가 공포스러웠을지.. 그리고 첫 날이라 겨우 견디어 내고 있는 것도 너무 안쓰럽고, 그 마음에 공감이 되었다. 그렇다고 무조건 조퇴를 시켰다가는 내일 학교에 다시 올 용기를 내지 못 할 것 같아서, 보건실에서 한 시간 쉬어 있기를 권했다. 다행히 아이가 권유를 받아들여 줬다. 그런데 보호자와 통화를 해야 한다는 것에는 격하게 거부감을 보였다. 이유는 걱정끼치고 싶지 않아서 였다. 본인이 힘들면서도 부모님을 걱정하는, 이 마음이 더 찡하니  아팠다. 일단 쉼이, 아니 숨 돌리기가 필요해 보여서 보건실로 데리고 가서 쉴 수 있게 해주었다. 그사이 시간이 지체되어 첫 수업을 10분 늦게 들어 갔다.

마음이 온통 그 아이에게로 흘러서, 40분 수업을 어떻게 했는가 기억도 안 난다. 잔뜩 긴장한 애들의 표정과 자꾸 꼬이는 내 말과 앞이 캄캄했던 마음만 가득했다.  겨우 겨우 첫 수업을 하고, 보건실로 내달렸다.

아이는 전보다 조금 편안한 얼굴이었다. 그리고 다시 대화를 했다. 지금의 힘든 상황을 부모님께서 아셔야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하니 수긍하였다. 그리고 아이는 용기를 내어 6교시에 수업을 들어갔다.

보호자와의 통화는 더 마음이 아팠다. 학교에 위클래스 상담 시스템이 있고 학생이 원하면 진행하고 싶다고 말씀을 드리니 허락해 주셨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그 심정을 나라고 모르겠는가! 다행히 우리 학교 상담 선생님은 애들과 잘 만나신다. 부담스럽지 않게 젊은 감성을 동원해서 톡톡 상처를 잘 다독여주신다. 얼마나 큰 힘이 되는가 모른다. 그렇게 예약을 잡고, 수업이 끝난 아이를 찾아 갔더니...

조퇴를 희망했다. 하루 종일 아이와 보호자는 톡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상태를 주고 받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보호자가 조퇴를 허락하지 않아서 아이는 또 울었다. 그런데  마음 또한 이해가 갔다. 그래도 지금은 아이에게 이 학교가 탈출하고 싶은, 콘크리트 덩이일테니 보호자를 설득해야 했다. 다행히 조퇴를 협조해주셨다. 가방을 챙겨주며 아이를 조퇴시켰다. 그리고 상담을 다음날에 겠다고 약속을 했다.



개학 첫날 극도의 공포감을 보이는 새학기 증후군 아이를 만났다. 사실 그 아이에게는 더 복잡한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아니 있을 것이다. 다만 그 모든 어려움이 새학기 증후군으로 표출된 것일 뿐이다.

물론 담임으로서 나는 상담도, 학급 아이스브레이킹 행사도,주변 친구들에게 은밀하게 협조도 요청할 것이다. 하지만 학교 자체가 괴롭다는 아이에게 뭘 해줄 수 있을까? 마음이 무거운 첫날이었다.


며칠 뒤, 아이는 주변 친구들과 상담 선생님의 도움으로 학교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다만,  다른 아이가 또 등교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새 학기 증후군자가 테스트


1. 짜증과 화를 자주 낸다
2. 학교 이야기를 꺼린다
3. 아침에 잘 일어나지 못한다
4. 식사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
5. 하교 후 평소보다 피곤해한다
6. 학교에 가고 싶지 않다고 자주 말한다
7. 등교 전 두통이나 복통을 호소한다
8. 일어나지 않은 일에 불안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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