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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로는 하버드인 아이

입사를 축하해~

by 나노 Mar 23. 2025

2018년에 담임을 했던, 우리 M.Y. 에게 연락이 왔다. 첫눈에 보통 아이가 아니라는 확신이 섰던 학생이었다. 남들과 다른 포인트에서 웃었고, 호기심 대마왕이라 질문을 쉬지 않고 했으며, 자기주장은 또 어찌나 강한지! 게다가 폭포수처럼 흐르는 눈물에, 말은 또 강속구 직설화법을 구사했다. 요 녀석을 정말 잘 키워야겠다는 경각심과 도전정신이 생겼던 우리 M.Y.


보통 학생들은 아니, 아이들은 온마을이 키운다고 한다. 교육을 하면 할수록 틀린 말이다. 아이들은 온 나라, 온 세상이 키우는 것이다. 그래서 20세 이상의 성인이라면 아이들 앞에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 한다. 애들이 다 보고 배우니까!

요 녀석을 키우던 해에 가장 주안점을 둔 것은 '나눔'이었다. 먹을 것도, 마음도, 추억도, 말도 나눔이라는 것을 가르치기 위해 부단히도 열심히 나눔을 실천했었다. 솔직히 힘들었다. 나라는 그릇이 그렇게 큰 사람도 아니기에 최선을 다해서 나눔을 실천하고 가르치고 싶었다. 차츰 그 아이는 곁으로 다가와서 고민 상담을 시작했다. 반짝이는 천재성만큼 인간관계는 터덕터덕 힘들어했었다. 상대의 입장을 설명하고, 그 아이의 마음을 토닥이고... 그렇게 반년을 살았더니 2학기 부실장을 하겠다고 나섰다. 혹여라도 낙선을 하면 또 상처가 얼마나 클까 걱정이 되었지만, 큰 그릇의 아이일수록 많은 풀무질을 겪어야 하기에 적극 응원했다.  놀랍게도 욘석이 부실장이 되었고, 그때부터 눈물 폭포가 마르지를 않았다. 제 맘과 다르게 튀어나가는 말과 친구들의 오해, 쌓여가는 이질감까지 매일 한계에 부딪혔다. 난 부드러운 휴지를 챙겨놓고 기다리는 일을 지성으로 했다. 다행히 똑똑한 녀석이라 한바탕 울고 나면 나아갈 방향을 잘 찾아갔다.

내가 준 숙제가 '가을 찻집 운영'이었다. 교실 한 귀퉁이에 코코아, 율무차, 생강차를 친구들이 먹을 수 있게 챙겨주는 일이었다. 당연히 모든 준비물은 담임인 내가 했고, 우리. M.Y. 는 포트에 물을 담아 끓이는 일을 전담했다. 그런데 그 일을, 이 아이가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겠는가? 매일 찾아와서 본인이 왜 그 일을 해야 하는가를 물었다. 그럼 웃으면서. 빠르면 내년, 늦으면 10년 뒤에 스스로 깨닫게 될 거라고 말해주었다. 심통이 가득 나서, 먹을 사람이 물을 챙기면 될 것을 하면서 투덜투덜했다. 그렇게 고 3이 되었고. 고3은 넉넉한 할아부지 선생님을 만나서 꼬라지란 꼬라지는 다 부리고 살다가 졸업을 했다. 사람의 변화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대학생이 되어서도

시나리오 봐달라, 시놉시스 평가 해달라, 영상 시청해 달라며 참 많이도 찾아왔었다. 그 녀석의 첫사랑, 둘째 사랑까지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다. 그 사이에 친구들이 취직을 했고, 어린 나이에 돈 번다고 고생하는 졸업생에게 고깃국을 사줬더니, 본인은 안 사준다고 찡찡거리고... 참 쉽게 크지 않았다. 우리 M.Y. 는.


그러다 작년 스승의 날에 찾아왔고, 무려 6년 만에 가을 찻집을 시킨 이유를 알겠다고 했다. 10년 예상했는데 4년은 빨라졌으니 얼마나 효율성이 높아진 건가! 그날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드디어 세상을 보는 눈이 더 넓어진 것이니,  교육의 힘이 증험된 것이리라!

이번 주에 그 말괄량이가 취직 소식을 들려왔다. 큰 방송국에 임시직으로 일하게 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왔다. 그러면서 학벌 차이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닌가! 이런 무슨 구태의연한 발상을!

프로듀서는 창의성이 갖춰지면 출발점이 동일한 것이지!

기가 죽어있는  우리 M.Y. 에게 한마디 했다.


"끼로는 니가 하버드여!"


어디 감히 우리 천방지축 산소 같은 M.Y. 를 기죽이는가!

이 아이가 만들어 낼 참신한 세상을 만끽할 준비나 하시라!

어떻게 키운 개성인데!

혹여나 세상 때 묻어서,

고 참신한 안목이 사그라질까 봐 얼마나 마음을 썼는데!

기다려보시라! 우리 M.Y. 의 세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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