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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라나무 Oct 25. 2023

정신과에 다닌다고 말하지 마

남편은 말했다.  

정신과 다닌다고 말하지 말라고.

 이유를 물었다.

남들이 정신병 걸린 여자로 취급하니 신경과로 바꿔 말하라고 했다.


신경과나 정신과나 무슨 차이가 있을까.

남편 스스로가 정신과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이 있었던 모양이다.


전교생이 보는 가운데 학생에게 욕설을 듣고, 폭행당한 모습이 떠올라 수치심, 모멸감, 모욕감, 우울감, 불안감 등으로 일상생활이 어렵다.


불면증이 오더니 밥맛을 잃었고 무기력하여 집안일도 하기 싫고 몸무게도 5kg이나 빠졌다.


남편은 그러다 관 짜겠다며 미용실 가서 기분 전환하라고 등을 떠민다.

혼이 나간채로 멍하니 헤어디자이너에게 몸을 맡겼다.


머리카락이 많이 빠진다며 걱정하듯 말하는 미용실 원장에게 말했다.


"스트레스가 많아서요. 마음 관리가 잘 안 돼요."


원장은 아무것도 모른 채

"그것이 가장 어렵지요." 라며 엷은 웃음을 지었다.

탈모는 바로 안 빠지고 뒤늦게 온다는 정보도 주었다.


정신과에 다닌 지 한 달이 넘었는데 머리털도 견딜 수 없었는지 나를 떠났다.


최근에는 뉴스를 볼 때 피해자에게 눈길이 많이 간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교사들의 자살 뉴스와 허망하게 죽은 이들과 유가족, 학교폭력 피해자 등.


특히  교사들은 상대가 잘 아는 학생이어서 더 힘들다.

나이 어린 미성숙한 아이고, 학부모라서.

자살한 대전 모 교사도 생전에 어떻게 학부모를 고소하냐고 가족에게 한탄하며 말했다 한다.


수많은 댓글 중 놀러 다니다 죽었지 나라 구했냐, 돈 받으려고 큰 목소리 낸다, 학교폭력 한 적 없는데 몇십 년 후에 글을 올리는 목적이 따로 있다, 과거 교사에게 매 엄청 맞았고 방학이 있어 놀면서 월급 탄다 등 2차 가해글이 넘쳐난다.


남편도 가끔 선생님에게 맞은 기억을 나에게 말하곤 한다.

시대가 달라진 것을 잊은 채 업보라는 듯이.


사람이 사람에게 위해를 가할 권리가 있을까. 속사정을 모르면서 쉽게 던지는 말과 글들이 칼이 되어 꽂히는 것을 모른다.


어제도 병들어 있었다.

함께 근무하는 후배 동료교사가 보내온 메시지도 버거웠으나 늘 귀여워하던 막내교사여서 열어봤다.


감사일기숙제를 검사하다 선물과 함께 보내신 거였다.

이 조그만 글귀들이 나를 일으켜 세웠다.

염려해 주고 기억해 주는 이들을 잊고 있었다.

읽어 내려가면서 누구인지 훤히 보였다.

몇 번이나 다가와서 자기 작품이 다른 친구들과 모양이 다르다며 걱정하듯 질문하던 아이였다.


기운을 내야겠다. 죄책감을 떨쳐야 한다.

정신과는 나를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나는 죽지 않고 치료받을 것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권리가 없다는 것을 계속해서 어린 학생들에게 알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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