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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어떤 동물은 사료를 먹고 어떤 동물은 사료가 될까?

개 식용 금지법 뉴스 드디어 봄

by 가죽지갑 오븐구이 Jan 17. 2024

우리나라에서 이제 개 식용이 금지가 된 모양이다.

나는 그 법이 좀 보여주기식이며 현실과 동떨어져 있고 동물권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일단 정말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나는 동물이 생존을 위해 다른 동물을 먹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면서 지구의 주인인 것처럼 굴지만 인간도 동물이고, 먹어야 살며, 살기 위해 먹어야 하는 것들 중에는 동물성 단백질도 들어간다.

식물성 단백질로 대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의사나 영양사의 조언을 필요로 하고 80억 인구 전부를 식물성 단백질로 먹여살리기엔 아직 그정도로는 인류 기술이 진보하지 않았으니(못 한 걸까? 안 한 걸까? 지구 반대편에서 사람들이 굶어죽어가도 태연히 틱톡에 음식 낭비하는 동영상을 업로드하는 백인들을 보면 잘 모르겠다. 혹시 분노의 포도 읽었나? 거기에서 팔다 남은 과일을 굶주린 자에게 주는 대신 폐기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별로 중요한 건 아니고) 일단 이 문제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 인류가 살아가기에는 동물성 단백질, 즉 동물의 시체 손질한 것이 필요하다. 여기까지는 우리 모두가 공통적으로 동의하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이야기해 보자.

동물을 먹는 것은 죄가 아니다. 동물도 동물을 먹는다. 생존을 위해 동물을 먹는 것은 도덕적인 잣대로 판단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죽이기 전에 고기를 연하게 하겠답시고 때리거나 고통스럽거나 역겨운 방법으로 죽이거나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기르며 별로 건강하지 않은 사료를 먹이는 게 도덕적으로 잘못인 거지 먹는 것 자체에 잘못됐다고 하면 잡식 및 육식동물의 존재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걸로 되어버리지 않나. 다른 동물은 다 먹어도 되는데 개만 콕 집어서 식탁에서 빼라는 것도 좀 웃기다. 그럼 다른 동물들은? 같은 이야기 하는 사람이 계속 나올 것 같다.


개 식용이 사회적으로 지지받지 않는 것과 아예 법으로 금지되는 것이 어떻게 다른가?

개 식용은 사회적으로 지지받는 행동이 아니다. 집에서 기르는 닭에게 모이를 열심히 준 아이가 닭백숙이나 치킨을 앞에 두고 안 먹겠다고 하는 것처럼 세상에는 개를 기르는 사람이 많고 그 사람들은 대부분 개를 먹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다. 그 점은 나도 물고기 키울 때는 생선구이 잠깐 못 먹었으니까 이해하고 있다. 애착대상을 연상시키는 동물이 식용으로 쓰인다는 건 별로 반가운 일이라고는 할 수 없다. 우리는 개를 키우거나 적어도 개를 키우는 사람의 지인이며, 내가 애완돼지 키우는 사람 앞에서 돼지고기 먹자는 소리를 안 하는 것처럼 개고기도 비슷한 느낌으로 먹은 걸 소리내 말하지 못하는 느낌이 좀 있다. 그건 그 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지인인 이상 하는 게 좋은 존중의 문제다. 상식적으로 개 키우는 사람 앞에서 개고기 먹자는 소리 하면 싸우자는 거지 성숙한 인간의 입에서 나올 소리인가? 만약 어떤 사람 앞에서 그러고 싶으면 사실 그 사람을 아주 싫어하는 거니까 본인의 정신건강을 위해 천천히 멀어지는 걸 추천한다. 뭔갈 싫어하는 일은 에너지를 많이 소모한다.

법적으로 개 식용이 금지된다는 것은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어버린다는 뜻이다. 그들은 안 그래도 개 찾는 사람들이 줄어서 힘든데 하루아침에 자기가 하고 있는 모든 일들이 불법이 되어버렸다. 그 사람들 이제 어떡하냐 진짜... 소 돼지 닭 오리 아주 살아있는 동물이라면 다 잡아먹으면서 개만 법적으로 금지하고 자빠지면 이게 법이란 게 좀 사회적 합의가 되어야 만들어지는 건데 일처리를 이따위로 하면 정치인 월급으로 낸 세금이 아까워질 것 같지 않나? 학대랑 비인도적인 사육 및 도살을 금지해야지 특정 동물의 사육환경이랑 도살법이 잔인하고 그 동물을 먹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그 동물의 식용을 전부 금지해 버리는 식으로 해결하면 그건 문제를 진심으로 해결하고 싶어하는 사람의 행동이라고 할 수 없다.



개는 다른 동물과 어떤 점이 다른가?

이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많을 것 같지만, 나는 개가 다른 동물과 다를 점이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가장 먼저 길들인 동물이라는 타이틀이 있긴 한데 뭐... 그땐 개를 안 먹었을까? 사실 개와 인간도 인간은 인간의 동족이고 개는 인간의 동족이 아니라는 차이 정도밖에 없다. 동물은 고기가 될 수 있고 개는 동물이다. 지능... 인간과 공감할 수 있는 동물... 뭐 그런 걸로 개와 다른 동물을 구분지으려는 시도가 있었고 있는 중이고 있을 것이라는 건 알겠는데 개사료에 들어가는 돼지는 개보다 머리가 좋고 공감은 정말 개체마다 다른 특징이라... 일단 나는 그걸로는 먹는 동물이랑 먹히는 동물을 잘 구분 못 하겠다. 그런 것과 별개로 인간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졌던 공감이나 다른 개체를 위하는 마음 등이 대다수의 동물종에서도 관찰된다는 것에 사람들이 감탄할 때면 그럼 아니겠냐? 같은 감정을 느끼긴 한다. 이런 거에 흥미가 있다면 동물의 감정에 관한 생각을 재밌게 읽을 것 같으니까 추천한다.


인간이 인간을 먹지 않는 것과 개를 먹지 않는 것이 어떻게 다른가?

인간이 인간을 먹지 않는 이유는 상당히 직관적이다. 동족이니까. 인간이 식욕의 대상으로 동족 인간을 바라보게 되면 일단 우리는 모두 인간이고 한편이고 별다른 이유 없으면 서로를 돕고 살자는 이유로 만들어진 사회라는 게 잘 유지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사람이 사람 먹으면 병 걸린다. 광우병이 왜 생겼는지 검색하면 사람이 사람 먹으면 왜 안 되냐는 중학생들(사회 보편적 정서같은 말을 들으면 두드러기 올라오는 그 애들)에게 걔네들한테 맞게 설명해주기 딱 좋은 자료들이 나온다.

개를 먹지 않는 이유는 좀 더 복잡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개를 먹는 걸 좋아하지 않기 때문인데 앞에서 개 식용이 사회적으로 지지받지 않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좀 했어서 대충 그걸로 이해하고 넘어갔으면 좋겠다. 사람이랑 개 중 하나를 꼭 먹어야만 한다면 개를 먹는 게 좋을 것이라는 이야기에만 납득하면 된다.


그럼 길 가는 개 잡아먹어도 되나?

아니? 미쳤냐? 양계장에서 닭 훔쳐먹어봐라 잡혀가나 안 잡혀가나. 남의 집 정원에서 자라는 과일만 따도 큰일 나는 세상인데 남이 키우는 동물을 먹고 싶어서 먹는다는 사고방식은 어디서 나온 건지 모르겠다. 일단 그건 절도고 손괴고 범죄다. 나는 남이 키우는 개 잡아서 개소주로 만들어 먹자고 이 글을 쓰는 게 아니다. 당연히 다른 동물도 안 된다. 새도 안 되고 햄스터도 안 되고 고양이도 안 되고 애완거미 애완뱀 기타등등 다 안 된다. 남이 키우는 식물도 함부로 훼손하면 안 된다. 이건 개가 고기냐 가족이냐를 떠나서 그냥 자기 게 아니면 건드리면 안 되는 거다. 개인의 사유물도 아닌 눈사람 걷어차는 새끼들도 욕먹는데(나도 눈사람 걷어차는 사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정말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남이 소중하게 만든 걸 부수면서 재미를 느끼는 종자들은 좀... 찝찝하지 않나? 아니 불법은 아닌 거 아는데... 그냥... 인간적으로 싫지 않아?) 남이 애지중지 키우는 동물 훔쳐다 잡아먹는 건 당연히 안 되지 그게 되겠냐고.


그래서 뭐가 문제인가?

일단 개 식용이 왜 금지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사람에게 척수반사적으로 그래서 너 개고기 먹냐? 역겨운 새끼... 같은 반응을 보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문제인 것 같다. 왜 개만 특별히 먹으면 안 되는 동물이 되어야 하는지 묻는 사람은 전부 개를 먹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고 곧 우리 집 개도 잡아먹으려 들 것이라는 어떤 불안감에 가득차 있는 사람들. 개인적인 원한을 풀고 있는 것 같다고? 맞다. 나는 고등학생 때 개 식용 금지에 대해 발표한 애견가 학우들에게 잉 왜 너네 개도 소고기 먹잖아 같은 말을 했다가 모든 문장을 그래서 너 개고기 먹겠다고? 로 끝내는 일방적 토론 끝에 처참히 패배한 적 있다. 잘 지내려나...

그리고 개고기 안 먹는다는 사람들 앞에서 굳이굳이 보신탕 이야기를 꺼내서 여러 사람 기분 잡치게 하는 일부 미성숙한 사람들도 문제인 것 같다. 아니 싫어할 걸 뻔히 아는데 굳이 얘기를 해야 하나? 걍 없는데서 조용히 먹으면 안 되나?

이 상황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사람들은 동물권에 대한 깊은 생각이나 심도깊은 논의 없이 단순히 다른 나라 사람들이 싫어하니까 개고기만 식탁에 올리지 못하게 금지하자는 법안을 생각해낸 정치인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게으르고 멍청한 것도 정도가 있지 안그래도 영수증에 부가세 적힌 거 볼 때마다 피가 거꾸로 솟는데 진짜 저놈들 언제 한번 날 잡아서 매달아야 하는 거 아닌가?


개 식용 금지법 대신 뭐가 있어야 만족하겠냐?

많지. 학대 관련 법도 좀 있었으면 좋겠고... 아니 말이 나온 김에 말하는 건데 한국에 잡아먹히는 개가 많을까 학대로 죽는 개가 많을까? 학대로 죽는 개가 더 많지 않을까...? 신빙성있는 자료가 잘 없어서(별로 찾아볼 의지도 없어서) 모르겠는데 비슷하거나 후자가 더 많을 것 같다. 개고기가 메이저한 보양식이었던 시대에서 자란 사람들이야 개를 먹겠지만 지금 소비의 주체가 되는 청년층이나 중년층 중에선 개를 먹는 사람보단 개를 학대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다는 게 내 의견이다. 노인들이야 뭐 곧 죽을 테니까 교정이 안 되겠지만(나도 내가 10~20년 안에 죽을 거라고 하면 남의 말이 귀에 안 들어올 것 같긴 하니까 이해한다) 젊은 사람들은 식용도 아니고 그냥 재미로 동물을 죽이는데 그게 더 문제가 아닌가 싶다. 고통 없는 도살법에 대한 연구도 좀 더 필요할 것 같고 키우는 환경도 좀 개선되었으면 좋겠고... 먹는 건 문제가 안 되는데 그 과정에서 필요 이상으로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는 지능이 있는 인간으로서 좀 지양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 글을 쓰는 사람은 개고기를 먹나?

난 개고기 안 먹는다. 그거 해썹인증 지키는 곳보다 안 지키는 곳이 더 많던데? 위험을 무릅쓰고 먹기에는 개가 그다지 맛있는 식재료도 아니고... 붉은 고기는 건강에 안 좋고... 친구들도 안 좋아하고... 개고기가 다른 고기보다 비싼데 그냥 개를 먹고 있다는 정신적인 메리트 하나로 먹기에는 나는 아직 이십대고 세상에 맛있는게 너무 많다. 개요? 그 돈이면 연여회가 몇 접시인데 굳이요? 개고기 그거 그냥 죽을 날 받아놓은 늙은이들이나 과거의 추억 맛으로 비싼 돈 내고 먹는 거지 살날 창창한 애들이 좋다고 먹을 식재료는 아닌 것 같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 개고기 산업이 사양산업인 거겠지... 요즘 노인들 오래 사니까 한동안은 판매가 있긴 하겠지만 새로운 수요층이 생길 거라고는 상상하기 힘들다. 그냥 둬도 서서히 사라질 걸 굳이굳이 응 이거 금지라고 법으로 정해둔 정치인들에 대한 불만이 좀 있긴 하다. 뭔가 생색은 내고 싶은데 책임지는 건 무섭고 하니 늙은이들밖에 안 먹는 동물종 하나 금지해서 생색이나 내고 싶다는 욕망이 너무 잘 보혀서 좀.. 싫어.... 그냥 내가 정치인을 안 좋아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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