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 애들은 음식을 맨 마라탕 불닭볶음면 탕후루같이 몸에 안 좋은 쓰레기 음식만 먹는다는 말을 들었다. 정확히는 나한테 한 말은 아니고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어떤 중년분이 전화로 하시는 말을 들은 것이다(엿들으려고 한 건 아니지만 솔직히 목소리가 너무 컸다). 그 사람도 나에게 한 말이 아니고 이 글을 보게 될 그 누구도 나에게 그런 말을 할 생각은 없었겠지만 일단 나는 그 말을 들어버렸고 평소에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 주제였으니 그 버스정류장에서 하고 싶었던 말을 이 자리에 쓴다.
마라탕과 불닭볶음면은 왜 몸에 좋지 않은 쓰레기 음식일까?
이건 간단하게 대답할 수 있다. 마라탕과 불닭볶음면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맵고 짜고 자극적이며 탄수화물이 많다는 것이다. 마라탕은 채소나 버섯, 두부가 들어가니 좀 덜 불건강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어른들 보시기에 그런 외래 음식은 다 삿된 것이니 대충 그렇다고 치자. 그리고 당면같이 혈당을 너무 빠르게 올리는 탄수화물을 많이 넣으면 몸에 안 좋기는 매한가지다.
그래서 왜 요즘 젊은 애들은 맵고 짜고 자극적이며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을 좋아할까?
이건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항목이다. 일단 첫 번째 이유는 젊기 때문에 그런 음식을 잘 소화시킬 수 있어서 먹는 것이다.
나는 아직 이십대 초반이라 잘 모르는 일이지만 100세시대를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위장은 연약해서 평소에 관리를 잘 하지 않으면 인생의 초반 1/3지점인 삼십대만 되어도 고기와 튀긴 음식과 맵고 짠 것을 잔뜩 먹으면 속이 부대끼고 음식이 잘 들어가지 않는 증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유감이다.
십대와 이십대는 아직 그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서 맵고 짜고 기름지며 자극적인 음식을 잔뜩 먹고도 후식으로 단 설탕덩어리를 잔뜩 위장에 구겨넣을 수 있다. 노화 경험자의 조언에 따르면 딱히 젊었을 때 다이어트한다고 안 먹더라도 어차피 삼십대가 되면 속이 부대껴 못 먹는 건 똑같으니 먹을 수 있을 때 많이 먹고 위장의 한계를 시험하는 편이 현명한 거라고 한다. 그 조언을 받아들여 오늘의 나는 군만두를 심약한 사람이라면 기절할 만큼 많이 구워먹었다. 기름지고 짜며 맛있었다.
다음은 두 번째 이유다. 맵고 짜고 자극적이며 아무리 비싸도 만원대에서 즐길 수 있는 음식을 제외하면 요즘 젊은 애들은 무엇을 먹어야 하는가?
이번에 발표된 2025년의 최저임금은 10,030원이다. 드디어 만원대를 돌파했니 뭐니 하지만 2024년의 최저임금보다 170원 올랐다. 2022년과 2025년의 최저임금은 870원 차이다. 그동안 시금치값은 두 배가 뛰었다. 명절때가 아니더라도. 요즘 젊은 애들은 대부분 최저임금을 받거나 최저임금보다 아주 약간 높은 시급을 받는다.
전에 마트에서 두 알에 만칠천 원짜리 사과를 본 적이 있다. 알은 좀 크긴 했다. 내가 일해서 저 사과 두 알을 사려면 두 시간을 일해야 한다. 같은 두 시간을 일해야 하는 돈으로 불닦볶음면을 산다면 열 개쯤 살 수 있다. 마라탕은 좀 적당히 담고 고기를 추가하지 않는다면 두 번 정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마라탕 한 번을 먹고 후식으로 탕후루를 먹거나. 다른 연령대보다 건강에 대한 염려가 덜한 20대의 청년들이 한창 과일값이 비쌀 때 두 시간어치의 임금을 소비해서 불닦볶음면 열 개 혹은 마라탕과 탕후루로 이루어진 한 끼 식사를 포기하고 그 사과 두 알을 살 수 있을까?
세 번째 이유다.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은 거의 항상 몸에 좋은 음식보다 간편하다.
거의 그렇다. 예외는 있지만. 대부분은. 아까 최저임금 팔백원 오를 때 두 배로 뛰어버린 시금치값 이야기를 했으니 이번에도 시금치를 예로 들어보자. 시금치나물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싱싱한 시금치 한 아름을 들어다가 부엌에서 이파리 사이사이에 낀 흙을 깨끗이 씻어 제거한다. 한 아름 전부. 만약 가지고 있는 부엌 싱크대가 작다면 몇 번에 나눠서 이 작업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소금물에 씻은 시금치를 잠시 데친다. 가지고 있는 부엌의 화구가 작거나 큰 냄비가 없다면 이것도 몇 번에 나눠서 해야 할 것이다. 데친 시금치의 물기를 꽉 짠 후 보통은 다진 마늘과 간장과 참기름이 공통적으로 많이 들어가지만 사소한 배합 정도는 개인의 취향대로 할 수 있는 양념을 해서 무친다. 이렇게 하면 한 아름의 싱싱한 시금치로 두 주먹쯤 되는 시금치나물이 나온다. 거꾸로 된 오병이어의 기적이다. 예수가 이랬다면 지금 가자지구의 모든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만든 시금치무침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먹지 않으면 쉽게 쉬어버리니 한동안은 배달음식이나 레토르트 식품 대신 매일 같은 반찬으로 집밥을 해먹어야 할 것이다. 요즘 애들이 많이 이루는 1인가구는 밥 먹는 사람이 혼자이기 때문이다. 이걸 최저임금 받으면서 알바하고 공부하고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벌 수 있는 직장을 위해 취준하는 요즘 젊은 애들이 할 수 있을까? 한 번은 하겠지만, 일주일 간격으로 꾸준히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우리를 위해 집안일을 해줄 전업주부 아내가 없는데?
반면에 불닦볶음면은 뜨거운 물을 끓이기만 하면 된다. 마라탕은 가게에 주문하기만 하면 나온다. 탕후루는 키오스크에서 카드를 빼는 것과 거의 동시에 직원이 꺼내준다. 배달 어플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빠르다.
네 번째 이유다.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은 거의 항상 몸에 좋은 음식보다 맛있다.
정말 유감이지만 사실이다. 쌀밥은 잡곡밥보다 맛있고 흰빵은 호밀빵보다 맛있다. 괜히 우리 조상 마나님이 돌쇠에게 쌀밥을 주신 게 아니다. 열심히 일하고 돌아와서 잡곡밥에 시금치무침 멸치볶음을 만들어 먹으면 열심히 일하고 돌아와서 치킨과 피자를 시켜먹을 때보다 덜 즐겁다. 조금 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일할 맛이 안 난다. 돈을 충분히 많이 받아서 건강하고 맛없는 음식만 먹어도 기쁘다면 또 모르겠지만 글쎄. 과연 그만큼 받는 요즘 젊은 애들이 흔할까?
내가 초등학생 때 우리 동네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먹으려면 사천원에서 오천원 정도를 지불해야 했다. 그 당시에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은 취업하면 이천만원에서 삼천만원 정도를 벌었다. 지금 나는 스물세 살이고, 우리 동네 중국집 짜장면은 팔천원이 되었으며, 아는 언니들이나 4년제 대학을 조기졸업한 친구들은 취직해서 이천만원에서 삼천만원 정도를 번다.
십 년 전과 동일한 연봉을 받는 사람들이 십 년 전과 거의 다르지 않은(토요일 출근이 없어졌다고는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사회초년생 초봉 동결은 좀 심했다) 시간 동안 일하고 십 년 전보다 기본 두 배는 오른 물가에서 건강한 채소와 생선 위주의 장을 봐 직접 요리해 먹을 기분이 날까?
아니면 그냥 살기도 팍팍하고 집값은 오르고 인구는 줄어드는데 새 아파트는 계속 짓고 그 수많은 집 중에 내 몸 누일 집 한 개가 없어서 남의 집을 돈 주고 빌려 살아야 하는데 내 집을 앞으로 열심히 일해봤자 살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겠으니까 그냥 맛있고 버튼 몇 개 누르면 누가 집 앞까지 가져다주는 배달음식 먹고 유튜브 쇼츠 보고 좀 웃다 잠들고 다시 출근하기 위해 일어날까?
나는 모든 청년들을 대표하는 입장이 아니고 요즘 젊은 애들이라고 불리는 20대 초반에서 후반까지의 시간을 살아온 수많은 사람 중 하나에 불과하다. 사실 마라탕집에서 밥먹는 사람들을 붙잡아서 물어보지 않는 이상은 그 사람이 왜 그걸 오늘의 식사로 택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래도 누군가가 나에게 왜 요즘 애들은 기름지고 짠 몸에 안 좋은 자극적인 음식을 먹느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앞서 말한 네 가지 이유 중 몇 개를 골라서 말할 것이다. 그게 나에게 질문한 사람의 기분을 편치 못하게 하더라도.
이 이야기를 요즘 청년들이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세대보다 더 힘들게 산다고 주장하기 위해 하는 것은 아니다. 누구에게나 사는 건 힘들도 자신만의 괴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단군 이래 제일 힘들었을 세대는 1220년생이라고 생각한다. 10대부터 40대까지 꾸준히 몽골군한테 침략당했으니까.
어쨌든 요즘 젊은 세대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인생이 그렇듯이 요즘 젊은 세대들도 자신만의 고충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건 확실하다. 그들이 건강한 음식을 좀 챙겨먹을 필요가 있다는 것에도 일단 동의는 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의 저녁 메뉴 선택이 마음에 안 들었다면, 그 사람이 왜 저녁 메뉴로 그 음식을 선택했을까에 대한 생각을 한 번쯤 해볼 필요가 있다고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