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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민 Dec 04. 2021

부스트샷, 그냥 맞는 게 맞을까

3차 접종을 앞둔 정치학도의 고민

 변이를 계속하며 우리를 괴롭혀오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이제는 오미크론 변이에까지 이르렀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오미크론 변이는 델타 변이에 비해 전파력은 강하고 중증 유발 정도는 약하다고 추측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변이를 밀어내고 우세종이 된다면 중증 환자 관리 중심의 '위드 코로나'로 한 발 더 다가가는 것 아니냐고 기대하지만, 경증 환자나 무증상 환자일지라도 확진자 수의 증가는 의료체계에 부담을 안길뿐더러, 각 개인에게도 코로나19 감염이 일상을 무너뜨릴 위험이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서 '위드 코로나'로의 행보를 지속하는 방안은 백신 접종이라고 한다. 정확히는 '부스트샷'의 접종 말이다.


 10월 이후에야 백신 접종을 마친 친구들과 달리, 나는 현재 병역의 의무를 이행 중인 덕분에 6월에 백신 접종을 마쳤으며 이제는 3차 접종을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해 부스트샷의 접종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문득 정말 부스트샷을 접종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단순히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다. 추가 접종을 아무 고민 없이 받아들여도 되는가의 문제다.


Q. 나만 면역을 갖춘다고 코로나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가? 그리고 그것이 정의로운가?


  우리나라는 현재 국민 백신 접종 완료율이 80%를 돌파하며 다른 국가에 비해 높은 접종률을 보이고 있으며 이제는 부스트샷 접종을 준비•실시하고 있다. 정부에서 나서서 백신 접종을 촉구함에도 불구하고 접종률이 정체되어 있는 국가들을 생각하면 자랑스럽다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어떤 국가는 백신을 수급받지 못해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반면, 어떤 국가는 추가 접종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 마냥 자랑스럽기만 한 일은 아닌 듯하다. 윤리적인 면뿐 아니라 방역에 있어서도 말이다.


 바이러스의 변이는 바이러스 전파 과정에서 벌어진다. 바이러스가 더 자주 많이 전파될수록 변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며, 변이의 발생률이 높아질수록 델타 변이나 오미크론 변이와 같이 전파력이 강한, 혹은 증상이 강한 변이가 나타날 가능성도 커진다. 이것이 백신이 세계적으로 평등하게 분배되어야 하는 이유다. 백신 접종이 불가능한 지역에서 극심한 감염이 지속한다면 새로운 변이의 등장도 지속할 것이다. 그렇게 등장한 변이는 백신 접종을 마친 선진국에도 예외 없이 향한다. 당장 이번 오미크론 변이와 관련해서도 WHO의 과학자는 아프리카의 백신 접종률이 높았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아프리카 대륙의 백신 접종률은 7%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우리가 높은 백신 접종률을 자랑하며 부스트샷 접종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여도 되는가? 선진국 반열에 들었다면서도 세계적 백신 수급 문제에 관심을 기울인 적 있는가? 오히려 백신 생산을 통한 이익 창출에만 관심을 가졌던 것만은 아닌가? 분명 부스트샷 접종의 실시 이전에 우리가 사회에 물어야 할 질문들이다.


Q. 그래서 부스트샷 안 맞겠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부스트샷을 접종할 계획이다.


 첫째로, 나 하나 안 맞는다고 변하는 게 없다. 적어도 나라는 개인을 둘러싼 의사결정 안에서는, 내가 맞지 않는다고 그 1회분이 세계의 취약국가로 향하지 않는다. 버려지지만 않으면 다행이다.


 둘째로, 나 개인의 행위만으로 세계 구조에 영향을 끼치기 어렵다는 전제에서, 나 주변의 사회를 고려했을 때 부스트샷 접종이 옳다. 흔히 백신 접종을 통한 방역 효과를 우산에 비유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백신 우산을 겹쳐 펼친다면 여러 가지 이유로 백신 접종이 어려운 사람들도 코로나19 감염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다. 백신 접종한 지 6개월을 향하고 있어, 낡고 좁아진 나의 백신 우산을 더 강하고 넓게 확장한다면 그 영향이 작을지라도 분명 누군가를 지킬 수 있다. 더군다나 병역 의무를 이행하고 있기 때문에, 부대 내 감염 사례를 만들지 않는 것은 개인 차원에서도, 내 주변의 사회 차원에서도, 그리고 국가 안보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이러한 이유에서 나는 추가접종을 받아들일 것이며 내 주변 사람들에게도 적극 권할 것이다. 하지만 세계 구조 속에서 코로나로부터 벗어날 이기적 방안은 없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이를 타파할 수단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를 향한 행동으로 나아가야 한다. 비록 개인의 영향력은 약하지만, 개인들이 모인 집단의 조직적 행동으로는 세계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누가 어떤 행동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그 출발점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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