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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gettingbetter Apr 14. 2024

적어도 너는

두부 (下)


   우리 가족은 두부가 들어간 음식을 자주 먹는다. 밥상에는 늘 두부 전, 두부조림, 두부숙주무침, 두부김치찌개 등 두부가 자주 올라온다. 그래서 두부 맛있다, 오늘 두부 맛이 좋네, 내일도 두부 먹자, 하며 두부라는 말을 자주 쓴다. 그래서 나는 새끼에게 두부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자주 불리라고. 적어도 이곳에서의 너는 관심받고 있다, 느끼라고.

   두부는 두부라는 말이 들릴 때마다 반응했다. 고개를 갸우뚱하거나, 뚫어져라 쳐다보거나, 귀를 움찔거렸다. 두부는 분명히 자기 이름을 알았다.


   나는 두부와 친해지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다. 나의 네이버 검색창은 애완묘 잘 키우는 법, 고양이 장난감, 고양이와 친해지는 법과 같은 말들로 가득했다. 두부와 가까워짐에 따라 두부의 자리도 변했다. 거실 모퉁이만 고집하던 두부는 점차 내 발 밑에 드러눕는 걸 좋아하게 되었고, 종종 배를 깐 채로 애교를 부리기도 했다. 두부야, 하면 달려올 줄도 알고, 두부야, 부르면 야옹, 할 줄도 알았다.


   두부를 키우면서 내게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두부를 만지거나, 젖은 털을 말려줄 때면 항상 코와 눈이 간지러웠다. 너무 심할 때는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두부는 가족이었다. 같은 성을 쓰고, 같은 집에 살고, 같은 시간에 밥을 먹는.


   그날도 역시 두부 전, 두부조림, 두부숙주무침, 두부김치찌개 등 두부가 가득한 음식을 집어먹던 저녁이었고, 우리는 평소처럼 '두부 맛있다, 두부 맛이 좋네, 내일도 두부 먹을까?'와 같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근데 할머니. 나 어제 두부 집 나가는 꿈 꿨는데, 네이버 검색해 보니까 고양이가 집 나가는 꿈은 사기당하는 꿈이래 ㅋㅋ. 나 사기당하는 거 아니야? 개꿈이네. 개꿈 아니야. 고양이 꿈이야. 보이스피싱 조심해라. 근데 진짜면 어떡해. 모르는 번호 받지 마. 그건 당연하지. 근데 진짜 두부 집 나가면 어떡해. 두부는 집 못 나간다. 나갈 수도 있지. 입맛도 까다롭고 겁도 많은데 니 같으면 나가겠냐. 그건 그렇긴 해. 걱정하지 마.

   한창 신종 보이스피싱이 판을 치던 시절이었기에 우리의 관심은 꿈보다 해몽 쪽으로 기울었다. 그 당시에는 (두부의 가출에 대해) 우리 모두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그 꿈이 정말 고양이꿈일 줄이야! 두부가 어미 고양이의 나이와 비슷해졌을 때쯤 두부는 사라졌다.


   두부야두부야어디갔어어디갔어가지마가지마돌아와제발돌아와버리고가지마두부야두부야


   두부, 하고 부르면 고개를 갸우뚱하거나, 뚫어져라 쳐다보거나, 귀를 움찔거리던 두부. (두부는 자기 이름을 알았다) 아무리 불러도 두부는 나타나지 않았다. 두부는 어디에도 없었다. 할머니와 나는 사라진 두부를 찾기 위해 동네를 헤집었다. 겁 많은 두부. 편식하는 고양이 두부. 그래도 사랑하는 두부. 우리 가족 두부. 두부는 어디로 갔을까. 이미 멀리 가버렸을까. 두부의 소식은 아무도 몰랐다. 이 고양이 어디서 많이 봤는데, 하며 대꾸하는 사람도 없었다. 못 봤는데요, 라며 같은 말만 계속 반복할 뿐이었다.


   애완묘가 주인을 버리는 경우도 있나요? 애완동물도 사람을 버리나요? 고양이가 사람을 버리는 이유는 뭔가요?

   네이버에 아무리 검색을 해도 애완묘가 주인을 버렸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나의 검색창은 몇 년 새에 많이 변해있었다.


   우리의 두부. 사랑하는 두부. 어디로 갔을까. 두부야, 하면 야옹, 하던 두부. 고양이 냄새보다 사람 냄새가 더 나는 두부. 겁 많은 두부. 편식하는 두부. 왜 떠났을까. 사라진 두부. 보고 싶은 두부. 돌아오지 않는 두부. 다신 볼 수 없는 두부.


   어느덧 두부는 제 어미보다 나이가 많다. 밥은 잘 챙겨 먹을까. 여전히 두부야, 부르면 야옹, 대답해 줄까. 알 길이 없다. 앞으로도 모를 일이다. 더 이상 꿈에도 나오지 않는 두부. 살아있을까. 제 어미가 저를 버린 것처럼 두부의 눈에는 내가 너무 아파 보였던 걸까. 오래 곁에 두기 어려웠을까. 역시 모를 일이다. 다시 만나지 않는 이상 정말 모를 일이다. 다만, 나는 개꿈이 아닌 고양이꿈을 꿨다. 꿈은 현실이 되었고,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여전히 두부가 우리 가족이라는 것도. 언제든 돌아와 야옹, 하면 두부야, 대답해 줄 거란 것도.


   우리의 두부. 사랑하는 두부. 보고 싶은 두부. 그리운 두부. 한 번만 꿈에 나와줘라. 개꿈 아닌 고양이꿈이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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