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제품을 팔다 보니
1년이란 시간을 허비하고
통장잔고는 마이너스였다.
(물론 남의 브랜드 팔면서 돈 잘 버는 사람도 많으리라.)
그래서 나는
우리만의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어떤 브랜드와 제품이 좋을까?'
나는 그 당시 전자제품에 관심이 많았다.
한 지인이 자신의 제품을 팔아보라고 했다.
나는 그 제품의 시장을 분석했다.
시장에 기회가 보이는 듯했다.
그 제품은 당시 시장에서는 새로운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제품으로 첫 브랜드를 시작했다.
우리는 그 제품의 KC 인증을 매입하고
그 제품에 우리만의 브랜드를 붙였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가 만든 브랜드가 세상에 나왔다.
지금 보면 아주 조악하고 부족하지만,
첫 브랜드다 보니 그 브랜드를 생각하면 고맙고
아련한 기억이 남아있다.
우리 브랜드 론칭날,
운 좋게 우리가 의뢰한 블로그가
네이버 메인에 걸렸다.
당시 블로그의 위상은 대체 불가능 했다.
블로그의 트래픽은 정말 어마 무시했다.
네이버 메인에 노출되면
하루에 3~5만 명이 그 블로그로 방문했다.
론칭 첫날 매출이 3000만 원이 넘어갔고
예약판매로 500개를 추가로 주문받았다.
지금생각해도 정말 말도 안 되는 판매량이었다.
그때 당시는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다.
앞날을 예측하지 못하고
사업에 성공했다고 들떴다.
우리의 큰 판매량을 확인한 오픈마켓 1위 업체에서는
그 브랜드를 자신들에게 팔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판매하지 않았다. (팔았어야 했다.)
잘 진행되는듯 보였지만
몇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첫 온라인 판매의 시작은
이미 유명한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광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광고비를 지출하지 않아도 연 10억 이상의
매출을 손쉽게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에는 광고비는
아까운 돈이라고 생각했었다.
또 처음 브랜드 론칭부터
순조로워 광고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큰 착각이었다.
광고를 하지 않으니 네이버에 유입되는
수동적인 유입에만 의지했다.
파이의 크기는 한정되어 있었고
하나 둘 경쟁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 브랜드의 2세대 제품을 만들 때는 국내에서
직접 조립도 하기 시작했다.
파트너와 나는 평생 해본 적도 없는
납땜을 여기저기서 배우고,
공정을 설계한 다음,
날을 새워 제품을 조립했다.
2세대 제품까지는 괜찮게 팔리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높은 원가율, 할 줄 몰랐던 광고,
사용법이 어려워 많은 CS문의 등 문제점들은 커져가고 있었다.
꾸역꾸역 3번째 제품까지 출시했다.
하지만 정신 차려보니 그 브랜드는 점점 더
우리를 수렁으로 끌고 들어갔다.
판매량이 애매하다 보니
이익이 많이 남지 않았다.
그런데도 정신 못 차리고 직원들을
4명까지 늘렸다. 바보 같은 결정이었다.
그 제품은 중국에서 만들었고
아무나 만들 수 없는 '고급 기술'을 요하는 제품이었다.
하지만 중국의 어설픈 디테일들은
한국 소비자들의 마음에 들 수 없었다.
우리는 여러 가지 개선을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재래식 테스트들을 해서 개선해 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중국 업체는 애매한 시장과
애매한 판매량인 우리의 말을
잘 들어주지 않았다.
그렇게 3번째를 마지막으로 그 제품을 끝냈다.
운 좋게 신용 보증 기금에서
1억 가량을 빌렸다.(지금 생각해 보면 운이 나쁜 듯..)
나는 전의 경험으로 인해 우리가
컨트롤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
다음 제품은 기획, 디자인 전부 우리가 하고
제조도 국내 공장에 맡겼다.
그 제품을 직원들과 함께 손으로
50만 번 이상 테스트 했다.
자신 있었다. 훌륭한 제품이었고
평점은 4.8을 항상 상회했다.
하지만 판매가 그렇게 잘되지 않았다.
가격이 비싼 축에 속했다.
원가를 잡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제품의 원가가 40%에 육박했다.
이 원가로는 광고는 꿈꾸기도 힘들었다.
품질이 좋아 재구매가 높았지만
판로를 확장할 수가 없으니 판매량은 저조했다.
그렇게 슬프게도 실패를 한 개 더 쌓아갔다.
어둠 속에서 빚은 조금씩 자라나고 있었다.
냄비 안의 개구리처럼,
조금씩 자라나다 보니 빚에 익숙해지고
무감각해지기 시작했다.
어리석게도 '사업하는데
빚은 당연한 거지'라고 여겼다.
어느새 빚은 1억은 가뿐히 넘어가고 있었다.
[4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