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다 허상일지라도

EP45: 염세주의 코알라

by 권수


루나는 또다시 꿈의 세계로 발을 들였다. 이번 꿈은 대자연 속이었다. 푸른 숲과 나무들이 끝없이 펼쳐진 곳, 바람이 나뭇잎 사이를 지나며 속삭이듯 불어오고, 따스한 햇살이 숲을 비추고 있었다. 그 속에서 루나는 한 그루 나무 아래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코알라를 발견했다. 그는 무언가 깊은 고민에 빠져있는 듯했다. 루나는 조심스레 코알라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안녕?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는 거야?"


코알라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었다.


"나는 요즘 모든 게 다 허상처럼 느껴져. 생명 존엄성, 국가, 법, 도덕... 이 모든 개념들이 정말로 의미가 있는 건가? 아니면 그저 사람들이 만들어낸 거짓된 환상에 불과한 걸까?"


루나는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했다. 코알라의 질문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 품어봤을 만한 의문이었다. 하지만 루나는 그 의문에 대한 나름의 답을 가지고 있었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거야?"


코알라는 눈을 감고 조용히 말했다.


"세상을 바라보면 모든 것이 너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람들은 서로 싸우고, 다투고, 불공정한 일이 반복돼. 국가라는 것도, 법이라는 것도 결국 강자들이 만들어낸 도구일 뿐인 것 같아. 그리고 도덕이나 생명 존엄성 같은 것도 마찬가지야. 상황에 따라 바뀌고, 누군가에겐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


루나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세상은 복잡하고 불완전해.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많은 것들이 사람들이 만들어낸 개념이기도 해. 하지만 그게 꼭 허상이라는 뜻은 아닐지도 몰라."


코알라는 의아한 표정으로 루나를 바라보았다.


"네 말은 그 개념들이 진짜로 우리에게 필요한 거라고 믿는다는 거야?"


루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생각해 봐. 너는 지금 이 숲에서 평화롭게 앉아있지. 그런데 이 평화는 왜 유지되고 있는 걸까? 만약 국가나 법, 도덕 같은 것들이 없다면, 세상은 더 혼란스럽고 위험할 거야. 사람들 사이에 규칙이 없고, 서로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지금처럼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코알라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맞아. 하지만 그 규칙들이 절대적인 건 아니잖아. 때로는 부패하고, 불공정한 법이 사람들을 억압하기도 해. 그런 걸 보면서, 과연 이 개념들이 정말로 우리를 지키는 건지 의문이 들어."


루나는 그 말을 듣고 잠시 조용히 생각했다. 그런 고민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었다. 세상은 결코 완벽하지 않으며, 모든 법이나 규칙이 올바르게 작동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 속에서도 중요한 본질을 잃지 않으려 했다.


"네 말이 맞아. 법이나 도덕도 때로는 불완전해. 하지만 그 불완전함 속에서도, 우리는 그 개념들이 사람들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는 걸 잊으면 안 돼. 예를 들어, 생명 존엄성이라는 개념이 없다면, 사람들은 서로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을 거야. 법이 없다면 약한 사람들은 강자에게 쉽게 피해를 입을 수 있어. 그게 허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 허상이 결국 우리를 보호하는 방패가 되는 거지."


코알라는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그래도 난 여전히 모든 것이 상대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도덕도 나라마다, 시대마다 다르고, 법도 결국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거잖아."


루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사실이야. 도덕과 법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다를 수 있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개념들이 무의미해지는 건 아니야. 그것들이 아무리 상대적이라 하더라도, 사람들 사이의 공통된 기준이 되어 우리가 서로를 존중하고, 평화롭게 살아가게 해주는 거니까. 이 세상에서 우리는 모두 다르고, 서로의 생각도 다르지만, 그런 기준들이 있기에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거야."


코알라는 여전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의 눈은 여전히 의문이 가득했지만, 루나의 말속에서 어느 정도 답을 찾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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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너는 우리가 믿고 따르는 이 개념들이, 비록 완벽하지 않더라도 우리를 지키는 최소한의 장치라는 거구나."


루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맞아. 그 개념들이 꼭 절대적인 진리일 필요는 없어. 하지만 그것들이 있기에 우리는 서로를 해치지 않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거야. 때로는 그 규칙들이 불공정하게 작동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안에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할 수 있어."


코알라는 잠시 침묵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네 말이 맞을지도 몰라. 허상일지라도, 그 허상이 나를 지켜주는 걸 무시할 순 없겠지."


루나는 그 말을 듣고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걸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라는 뜻은 아니야. 항상 질문하고, 고민하는 건 중요해. 우리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런 의문이 필요하니까. 하지만 때로는 그 의문 속에서도, 우리를 지켜주는 것들을 인정하고 감사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알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마워, 루나. 네 말을 듣고 나니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진 것 같아. 내가 허상이라고 생각한 것들이, 사실은 나를 지켜주는 중요한 것들이었을지도 모르겠어."


루나는 코알라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언제든 질문을 품고, 그 답을 찾아가는 건 좋은 일이야. 그리고 네가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그 과정에서, 세상은 조금 더 나아질 거야."


코알라는 다시 숲 속으로 걸어갔고, 루나는 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녀도 여전히 세상에 대해 많은 의문을 품고 있었지만, 그 의문 속에서도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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