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시카고와의 시차로 인해 뉴욕에 도착 했을 때는 이미 저녁 시간이었다. 명성 자자한 뉴욕의 지하철을 타고 숙소가 있는 브루클린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질 무렵이었다. 언제나 나의 갈 길을 알려주는 구글 맵의 도움으로 숙소를 찾아가고 있었다.
지금까지 나는 뉴욕이라는 이름이 하나의 도시 이름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맨하탄과 브루클린등의 몇몇을 합친 우리나라로 치면 하나의 도의 개념이라는 걸 여기 와서야 알게 되었다. 난 어릴 적부터 대도시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던 사람이었던 데다 대도시 중에서의 대도시라는 뉴욕에 왔으니 현지 느낌을 좀 느껴 보고자 마지막 숙소는 에어비앤비로 잡았다.
맨하튼은 역시 집값이 비싸서 그런지 에어비앤비 숙박비도 비쌌다. 왔다갔다 좀 불편해도 브루클린으로 숙소를 예약했다.
오로지 의지할 데라곤 친절하게 목적지의 위치와 교통 수단까지 알려주는 구글 지도뿐이니 철썩같이 믿고 집중해서 따랐다. 골목하나까지 놓칠세라 온 정신을 쏟아 따라와 목적지라고 알려주는 데에 도착해보니 하얀 벽에 커다란 철문이 커다란 넓적한 건물 앞에 나는 덩그러니 서 있었다.
한국사람인 내 눈엔 아무리 봐도 사람 사는 건물이 아닌 것 같아 정성스레 핸드폰을 8자로 돌려도 보고 너무 큰나라에 와서 구글맵도 헷갈리나보다 싶어 다른 길로 가보기도 하고 검색을 새로 해보기도 했지만 몇 번이고 구글은 나를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건물 앞으로 데려다 놓았다.
주소에 적힌 건물 번호까지 맞는데... 너무나도 낯선 정서의 건물에 내가 적응하지 못한 탓에 몇 번을 같은 곳을 뱅글뱅글 돈 후에 ‘아 내가 어리석었구나, 구글은 역시 틀림이 없구나.’ 라는 걸 깨닫고 커다란 철문을 열어 제끼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가 설마 여기가 사람 사는 건물이겠어 라는 분위기의 휑한 느낌의 건물 안을 불안한 마음으로 차근차근 수색하며 나의 방 호수를 찾아갔다.
당연하게도 지금까지 묵었던 게스트하우스등의 숙박 없소 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너무 한적해서 주변이 위험해 보일 정도의 분위기를 풍겼고 큰 철문을 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처음 느껴보는 스산함이 풍겨와 약간 서늘해지는 기분까지 들었다. 하지만 숙박업소가 아닌 실제 현지인이 사는 곳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알 수 없는 야릇한 신선함이 느껴졌다.
내가 머무를 2층으로 올라가 방으로 들어갔다. 열쇠를 돌리는 방법도 간단하지 않았다. 2바퀴 정도 돌려서 딸각 하는 걸리는 소리가 난 후 열쇠와 함께 문고리를 돌려 방문을 열고 들어가야 했다. 보안이 철저해보이는 느낌이랄까...
막상 들어서니 방의 분위기는 바깥과는 많이 달랐다. 큼지막한 창문이 철도 쪽으로 나있어 가끔 지나가는 지하철을 볼 수 있었고 방 중앙에 킹 사이즈 정도 되는 넓은 침대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벽에 달린 선반에는 스피커와 빔 프로젝트 등이 올려져 있었다. 벽에는 큰 거울이 걸려 있고 바닥에는 그림 몇 점이 벽에 기대어 서 있어서 감각적인 분위기가 맴 돌았다. 이 방 주인이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고 했다. 옥상에 올라가서 작업을 하기도 한다고 하며 옥상도 마음껏 이용하라고 했다. ‘멋지다! 진짜 뉴요커의 방에 들어온 거 아냐?’ 내가 기대했던 것 보다 더 멋들어진 방이었다. 시원하게 넓직한 정방형의 방 한쪽에 단차를 두어 욕실과 화장실은 한 단 오르게 되어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의 시간은 나를 예민하게 만들며 깨어나게 한다. 갈색 톤의 욕실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고 오랜 기간 여행하고 있던 나에게 너무나도 유용하게 세탁기도 있었다. ‘뉴요커들은 다들 동전 빨래방을 이용하는 줄 알았더니 그런 건 아니구나.’ 하며 밀린 빨래를 할 생각에 신이 났다.
침대 옆에 배낭을 기대어 두고 침대에 지친 몸을 던졌다. 일주일 간 머무를 방이 이곳이란 말이지. 낯설고 감각적인 방에 누워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높은 천장, 하얀 벽에 반사되어 더욱 화사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조명, 적당한 간격의 철도 소음. 어디나 좋았지만 역시나 이곳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안도감과 노곤함이 섞여 침대 위의 포근함을 만들어 냈다. 한동안 그 속에 파묻혔다.